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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0]'전직 대통령' 이라는 직업

Los Angeles

2004.11.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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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신 편집위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무엇일까. 여러 직업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은 직업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한 국가의 최고직에 올랐다가 퇴임한 사람만이 갖게 되는 영광스런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은 국가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고 순간순간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판단을 내려야 하는 힘들고도 외로운 직업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란 직업은 이런 스트레스가 없다. 한 국가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최고의 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퇴임후 더 나은 직업을 찾을 필요가 없다. 거기에 전직 대통령은 국가의 원로로 명예스러운 대우를 받지만 주어진 책임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대통령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국정운영의 조언자 역할만 하면 그뿐이다.

한국의 '현직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미국에 온다. 칠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 참석차 LA를 들르게 된다. 이전에 미국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LA는 이번이 처음이다.

LA는 해외 최대 한인 밀집지역이다. 단순히 한인의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경제 규모와 인적자원면에서도 다른 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본국과의 교류도 활발해 한국과 동시 생활권에 살고 있고 본국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치 본국의 축소판이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정치상황이 LA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친노와 반노 수구와 개혁 등 본국의 이념적 대립이 LA 한인사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본국의 이념 대결이 극을 달리다 보니 LA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취임후 LA를 처음 방문하는 노 대통령을 맞기 위한 한인사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예전처럼 본국 정치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로 요란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조국의 대통령을 환영하는 여러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짧은 LA 방문기간 중 많은 한인들을 만날 것이다. 그중에는 노 대통령의 방미를 진정으로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의 정치에 반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을 맞는 태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들 모두 조국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가지라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그의 방문을 진심으로 반기는 사람들에게는 조국 대통령으로서의 따뜻한 격려를 보내고 반감을 갖는 사람들로부터는 조국발전을 위한 사심없는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어려운 정치상황이나 경제현실과 그다지 상관이 없는 시민권과 영주권의 동포들이 한국을 생각하는 것은 두고 온 조국에 대한 끝없는 연민이고 충정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LA 방문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겠지만 타국 땅 먼곳에 조국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들이 있음을 가장 감동적인 기억으로 간직하기를 기대한다.

노 대통령은 이제 3년여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노 대통령은 퇴임하면 '전직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직업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직업은 평생 노 대통령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닐 것이다.

그 직업이 명예의 자리가 될지 아니면 역대 대통령처럼 오욕의 가시방석이 될지는 '현직 대통령'인 노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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