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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기러기 아빠, 몸과 마음 찌든다

Vancouver

2006.03.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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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없어 못 가는 ‘펭귄 아빠’도 증가
솔로생활 즐기며 자기발전 기회 삼는 경우도

자녀 유학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외롭게 지내는 소위 '기러기 아빠' 문제가 한국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내 몸이 부서져도 바라지 해줄 테니 걱정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며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를 하다 몸과 마음이 병드는 기러기 아빠가 늘고 있다는 것. 그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자신들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

외국에 있는 가족들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하고, 정작 자신은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부실한 식사로 건강을 해치고 외로움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한국에서는 이들의 연이은 자살로 사회는 떠들석했고, 급기야 ‘기러기 아빠 증후군’‘빈집 증후군’ 등의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13세와 11세된 두 아이와 부인을 3년 전 캐나다 밴쿠버로 보낸 김모씨(42·회사원)는 월급의 70% 이상을 가족들에게 보낸다. 살던 집은 처분한 뒤 작은 10평대 원룸으로 옮겼고 적금과 보험도 일부 해약했다. 김씨는 생활변화에 적응하려 힘썼지만 즐기지도 않던 술과 담배로 외로움을 달래다 건강이 악화되고, 제대로 식사도 못 챙겨 살도 부쩍 빠졌다.

김씨는 “아내에게 하루 한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지만 외로움을 전부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5년 이상 하다 최근 아내와 두 아들이 사는 코퀴틀람으로 합친 40대 후반의 최모 씨는 떨어져 살며 나빠지는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다 "이러다 나 혼자 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두려워 합친 케이스. 최씨는 몇 달전 주변 정리를 하고 밴쿠버에 사는 가족 곁으로 왔지만 "다 커버린 자식들과 외국 생활에 익숙해진 아내가 오히려 불편해 한다"며 새로운 고민에 빠진 상태다.

최근에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오지도 가지도 못한 채 ‘생이별’을 하는 ‘펭귄’아빠까지 등장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정작 자신은 비행기를 탈 수 없고 공항에서 손만 흔드는 모습을 뒤뚱뒤뚱 날갯짓 해봐야 날 수 없는 펭귄의 처지에 빗대어 한 말이다.

얼마 전 운동중 돌연사로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고김형곤씨도 기러기 아빠였다. 최근 한국의 TV드라마 '위기의 남자'에서는 끝내 ‘대장암’으로 사망하는 기러기 아빠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가족과의 갈등,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건강을 잃게 된다는 것. 불규칙적인 생활 및 식습관으로 영양결핍, 비만, 체력저하 등을 야기하며, 심한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심혈관질환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반면 자식에 대한 투자 만큼 확실한 노후보장도 없다며 솔로생활을 최대한 즐기자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모씨(50·의사)는 4년 전 두 자녀와 부인을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보냈지만 결혼 뒤 갖지 못했던 자기 시간을 잘 활용하면 기러기 아빠도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씨는 “솔직히 외로울 때도 있고 특히 명절 때는 당장 날아가고 싶지만 떨어져 있으니까 잊고 있었던 학업의 욕구가 솟구치고, 최근엔 다시 연구에 몰두해 논문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기러기 아빠들의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가족들과의 잦은 연락 관심과 사랑 표현▲동호회 등의 취미생활 ▲음주 및 흡연 삼가 ▲몸에 이상을 느낄 경우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이명우 기자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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