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예쁘긴 하지만 너무 튀는’ 이 색상이 2007년 봄·여름 패션계를 선도하는 유행 코드가 될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패션계에 불기 시작한 ‘1980년대 바람’이 있다.
80년대는 세계적 경제 호황으로 경제적 윤택함이 풍성함으로 강조된 시기. 패션계 역시 과감하고 화려한, 이전까지 잘 쓰이지 않던 강렬한 원색이 등장한 때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소장은 레드가 다시금 유행코드로 떠오른 것에 대해 “20세기 말 유행했던 극도의 미니멀리즘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다시 등장한 게 80년대와 비슷한 느낌이 된 것”이라면서 “80년대의 풍요로움을 희구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빨강이 촌스럽다고?
서울 삼성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2007 봄.여름 서울 컬렉션에서 대세는 '로맨틱 미니멀리즘'이었다. 80년대 복고 바람을 타고 실루엣은 단순하지만 어깨 등에 볼륨감을 강조해 절제된 듯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을 살린 것이 '로맨틱 미니멀리즘'이다. 검정과 흰색 베이지색이나 크림색처럼 차분한 색이 주를 이룬 가운데 곳곳에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유행에 맞춘 간결한 실루엣에 색깔마저 점잖은 의상을 골라 정장을 하게 되면 늘 마무리가 고민일 터. 이런 모노톤 물결에 '센스'를 표현하는 게 빨간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레드의 재해석은 서울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트렌드가 아니다. 런던 파리 뉴욕 밀라노의 4대 패션쇼 무대에서도 레드는 런웨이를 점령했다. 오스카 드 라렌테 마이클 코어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레드는 2007년 봄.여름의 색이었다.
▷ '80년대'를 새롭게
21세기로 돌아온 '80년대'는 어떤 모습일까. 올 가을.겨울 내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은 80년대 유행하던 굵은 벨트와 어깨 등에 볼륨을 강조한 실루엣. 이런 '복고 바람'에 관객들은 관심을 표명했다.
강렬한 원색은 '촌스럽다'며 금기시됐지만 '80년대'는 이를 사용했고 다시 돌아온 '80년대'는 새 옷을 입었다. 당시의 추억에서 강렬한 기억만을 꺼내와 재해석한 모습으로.
서울 컬렉션에 등장한 작품을 보면 이런 모습이 더 분명해진다. 허리선이나 어깨를 보면 80년대 유행했던 '부풀린 주름'을 강조한 것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장식 요소는 배제해 옷 전체를 볼 땐 볼륨감이 절제돼 있었다.
구두 등 아이템의 빨간색도 80년대 유행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옷을 돋보이게 할 뿐 그것만 튀지는 않도록 했다. 금강제화 강주원 디자이너는 "레드와 골드는 블랙&화이트 의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색상"이라며 "원래 검정 바탕에 포인트를 주는 컬러로 사용됐지만 올 봄에는 구두 전체의 메인 색상군"이라고 소개했다.
▷ 모노톤 의상엔 한 가지 포인트를
이번 서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박윤수는 흰색 바탕에 녹색의 자연을 입혔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자연'을 주제로 한 경향 역시 80년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옷이 전체에 현란한 꽃무늬를 프린트했다면 다시 돌아온 80년의 '자연'은 그리 과하지 않은 편. 패션쇼 무대 전체를 숲으로 꾸민 디자이너 박윤수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흰색 바지에 원시의 녹색 덩굴을 흘려 넣어 80년대를 재해석했다.
그가 새로 풀어낸 80년대에는 '골드'도 따라왔다. 화려한 빨강 못지않게 튀는 색인 골드가 유행인 이유도 빨강의 그것과 같다. 복장 전체의 인상이 단순하고 차분하기 때문에 한두 개의 소품으로 '액센트'를 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