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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킹 교수 '한국어 세계화' 쓴소리

Vancouver

2007.02.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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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영어 중심, 한국어∙가족애 파괴"
"많은 지원 불구 북미 한인2세 한국어 몰라"
UBC 한국어학과 로스 킹 교수


북미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 한국계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UBC아시아학과 한국어 담당 로스 킹 교수가 한국어의 세계화를 방해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킹 교수는 8일 아우덴시아로부터 한국어 교육을 위한 성금을 받은 후 참여 언론사에 한국어 세계화의 문제점에 대한 한글로 된 세미나 자료와 영어 논문 자료를 이메일로 제공해 왔다.


한글로 된 세미나 자료에서 그는 독일어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지만 북미에서 독일어의 위상이 심각한 수준인데 한국어는 오죽하겠느냐고 화두를 꺼냈다.


킹 교수는 “ 제가 한국어를 교육한다는 말을 들은 한인들은 ‘한국어는 한국 사람이 가르쳐야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가르치나요'라는 말을 직접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제 3자를 통해 듣기도 한다”고 말하고 “북미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치는 사람 중에 중국인과 일본인이 아닌 사람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제게 외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느냐고 묻는 것은 북미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얼마나 세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여실히 드러내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킹 교수는 “한국의 한국어 교육계에서 영향력 있는 분이나 정책 위원들이 북미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최근 성장세를 타고 있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보아 왔다”고 말하고 “이것은 북미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아도 제대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것을 은근히 티 나게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북미의 1백40여개 대학에서 종신적 지위를 보장하는 교수 자리는 15군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킹 교수는 “북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 중 한국인이 아닌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것 못지 않게 현재 한인 1.5세대와 2세대 중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실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미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중 9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어 교육의 지나친 민족주의, 혈통주의가 한국어 세계화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어와 국제어와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고

►한국 대중 문화는 끌리는 맛이 있어,

►한국의 무구한 역사에 한 번 도전해 볼까?

► 장구, 그거 꽤 재미있겠는데?

►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니까 나도 한국말을 좀 배워 봐야지

►한국 사람이랑 사업이나 해 볼까?

► 한국 드라마는 좀 질질 짜는 경향이 있지만 재미있어 등과 같은 기대가 한국어를 세계어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제시했다.


킹 교수는 중국 정부나 일본 정부는 자국의 교민 사회에 관심도 없거니와 상당한 액수의 돈을 교민 사회의 모국어 교육에 투자하지도 않고 교포들의 모국어 학습은 교포들의 몫으로 남겨 두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중에서 자국 언어 학습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미국에 있는 교포 2세대의 한국어 수준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정부기관이 한국어 교육을 일방적인 수출 모드로 다뤄 결국 현지화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 사업에 적절히 투자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킹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나친 영어교육이 한국어를 세계화 하는데 제일 큰 방해요소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도 기러기 아빠를 서울에 남겨 둔 채 영어 조기 교육을 위해 온 아이들과 엄마들이 허다하고 영어 연수 과정을 밟거나 유학을 하러 온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킹 교수는 “영어만 한다는 아파트 단지, 영어만 하는 시내 장소, 영어를 제주의 공식언어로 삼자는 계획, 아이들은 영어 발음을 더 잘 하기 위해 혀를 잘라내는 수술도 한다”며 한국의 영어 열풍의 예를 나열했다.


그는 파주에 건립 예정인 영어 마을 건축 비용만 해도 미화 7천8백만달러를 넘는다는 예를 들고 이 돈이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마을을 10개나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킹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어를 세계어로 만들기 위해서 영어교육에 투자한 돈의 10분의 1만 투자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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