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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화장실 휴지에 적은 오페라·현악곡…'포로들의 음악' 빛을 찾다

CD 32개 분량 녹음

2차 세계대전으로 빛을 발하지 못한 음악을 찾아내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프렌시시코 로토로(왼쪽)가 공개되지 않은 홀로코스트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그의 활동을 돕고 있는 데이비드 메그나지 로마대학 교수가 듣고 있다.〈AP>

프렌시시코 로토로(왼쪽)가 공개되지 않은 홀로코스트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그의 활동을 돕고 있는 데이비드 메그나지 로마대학 교수가 듣고 있다.〈AP>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프랜시스코 로토로는 2차 대전당시 포로 수용소나 감옥에 갇혀있던 음악인들의 미공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이들의 음악을 새롭게 구성하고 편집해 레코딩 작업도 하고 있다. 전시에 작곡된 음악은 대부분 기록이 정확치 않아 수집이나 연주에 애를 먹고 있다.

서슬퍼런 나치들을 피해 일기장이나 노트 감옥 화장실의 휴지 등에 기록된 자료에서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로토로는 예술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 점령기에 작곡되거나 연주됐던 수천 여곡의 자료를 박물관에 기증하고 있다. 사형직전에 작곡된 오페라곡에서 부터 일본군 포로의 재즈곡까지 쟝르를 가리지 않고 있다.

로토로는 15년 넘게 사재를 털어서 전세계를 누비며 앤티크샵이나 당시 음악가의 가족을 찾아가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현재까지 4000여개의 종이 악보와 편지 사진 그림 악보 등 1만 3000여개의 마이크로 카드를 찾아냈다.

발견한 자료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로마 제 3대학에 모두 기증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 정리 가감해서 녹음 작업에 들어가는데 현재까지 32개의 컬렉션 CD를 만들었다. 이중 5장은 출간되기도 했다.

뮤지션과 싱어는 그의 고향인 남부 이탈리아 발레타에서 살고 있는 친지들이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 로토로의 개인 스튜디오에 모여 시간을 쪼개 녹음작업을 하고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브레트 웨브씨는 "2차대전 당시 음악관련 자료만을 모으는 단체는 없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음악가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최초의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로토로는 "지금도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면서 "내가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묻혀져 있는 역사가 있다는 반증이어서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로토로가 처음으로 홀로코스트 당시 만들어진 음악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지난 1991년 프라하 여행길에서 부터다. 당시 손가방을 갖고 여행길에 올랐다가 집에 돌아올 때는 대형 슈트케이스에 가득 자료를 실어왔고 이후 홀로코스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수집품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는 체코의 작곡가 루돌프 캐롤.당시 군감옥에 갇혀있던 캐롤은 이질병에 걸렸고 때문에 화장실용 휴지를 이용해 5막의 오페라와 9중주 현악곡을 작곡했다.

로토로에 의해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자료는 그가 1945년 숨지기 직전에 만들어진 '죄수들의 행진곡(Prisoners' March)'이다. 로토로가 찾아낸 대부분의 음악은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지도자들을 이송해 나치의 수용소로 이용됐던 체코의 에레시엔스타트란 도시이다.

독일 나치군은 이 수용소에서 수감자들로 구성된 '게토 스윙거스'라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다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 나치의 선전방법으로 활용했다.

14만명의 유대인들이 수감됐으며 3만3000여명이 숨졌고 9만여명은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져 숨졌다.

로마 박물관은 나치에 포로 수용된 집시의 음악도 수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에 억류된 네델란드 여성 합창단 필리핀 등 아시아의 포로수용소에서 억류됐던 음악가들의 작품도 수집해 놓고 있다.

로토로는 "주변 상황이나 작품의 배경은 비극적인 요소가 많다"면서 "그러나 음악을 통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서 대부분 작품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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