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수교 1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장에 한국의 전통견인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살개가 등장했다.
연한 갈색과 진한 회색 털을 길게 늘어뜨린 다 자란 삽살개 3마리와 강아지 2마리.
긴 비행기 여행과 시차적응 때문에 지쳤지만 행사 참석자들이 다가설 때마다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한국일 삽살개보존협회 육종연구소 소장(사진)은 “개 이름 중에 귀신을 쫓는다는 뜻을 가진 개는 세계적으로 삽살개가 유일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한국의 각종 토종 동·식물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삽살개 100만 마리를 도살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삽살개 보존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하마터면 삽살개는 멸종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뜻있는 분들께서 삽살개 복원에 적극 나섰고, 1960년대 중반 전국에 흩어져 있던 30여 마리의 삽살개를 찾아 지금 2000마리로 증식하는데까지 이르렀습니다.”
한 소장은 삽살개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견인 동시에 사람과 가장 친숙한 품종이라고 자랑했다. “삽살개는 ‘삽사리’라고도 하는데 신라시대 기록에도 나와 있을만큼 오랫동안 한국 역사와 함께 한 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각종 민화에도 주요 모델로 등장할만큼 사람과 친숙한 동물입니다. 무엇보다 삽살개는 주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압니다. 주인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않아도 주인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같이 훌륭한 한국 전통견을 이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도 널리 보급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 소장은 힘주어 말했다.
“삽살개는 다른 나라의 명견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한 개입니다. 이번 한미수교 125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삽살개를 본 미국인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 삽살개가 세계로 뻗어나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