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외국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날씬한 이유는 바로 ‘김치’ 덕분. 수년 전부터 일본과 중국 등에서는 한류와 함께 김치가 웰빙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아왔다. 미국에서도 최근 건강전문지 ‘헬스’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외국인 여성들은 김치의 주요 구성 요소인 고춧가루에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며 김치를 즐긴다. 또 남성들은 ‘정력에 좋다’며 마늘 냄새를 피하지 않는다.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식품이 된 웰빙 김치의 건강학·영양학에 대해 알아보자.
웰빙 음식으로 더 유명 ◆외국인들에게만 인기?=최근 테네시주에서 ‘김치 예찬론자’ 엘릭스 카츠씨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오래 전 에이즈에 감염돼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지만 김치를 즐기기 시작한 이후 몰라보게 건강해졌다.
그러나 카츠씨처럼 김치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사이에 정작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김치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1970년대만 해도 1인당 하루 300~400g에 달하던 김치 섭취량은 최근 평균 120g정도로 줄었다. 서구화된 식생활이 주된 원인이다.
양념 또한 '모둠 건강식' ◆재료 속에 숨은 김치의 효능=전문가들은 “김치가 유산균 발효 식품이자 암, 노화, 동맥경화 등을 막아주며 다이어트를 돕는다”고 입을 모은다.
김치는 정장 작용을 하는 유산균과 비타민, 항암 및 혈전 용해 효과가 있는 각종 영양소가 듬뿍 든 기능성 식품이자 살균처리를 안 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위생적인 음식이란 얘기다. 또 김치의 맵고 신맛 성분은 소화기관을 자극해 밥을 먹을 때 뱃속을 편하고 개운하게 한다는 것이다.
김치의 종류는 300여 가지나 된다. 주재료인 배추는 암 예방 및 노화 억제 효능이 뛰어나다. 또 다른 주재료인 무엔 플라보노이드계 항산화 물질인 캠페롤이 들어 있어 항암·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 또한 ‘모둠 건강식’이다. 양념으로 쓰는 고춧가루·마늘·생강·양파·파 등이 모두 내로라하는 건강식품이다. 이 가운데 고춧가루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지방의 연소를 도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또 혈전(피 찌꺼기)을 녹이는 작용도 한다. 마늘(알리신 함유)과 생강도 항암 능력이 뛰어난 향신료다.
장까지 가는 유산균 많아
◆요거트보다 많은 유산균=유산균이 풍부한 요거트가 장수 식품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실상 김치에 요거트보다 훨씬 많은 유산균이 들어있다. 한 숟갈에 유산균 수가 1억 마리에 달한다.
김치의 유산균은 먼저 김치 속에 들어있을 지도 모를 식중독균 등 유해 세균을 죽인다. 김치 먹고 식중독에 걸린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은 바로 이 때문. 대장에 들어가서는 몸에 이로운 세균의 발육을 돕고, 해로운 세균을 억제하는 정장 작용을 한다. 신체의 면역력도 높인다.
오랫동안 학계의 관심사는 김치의 유산균이 과연 장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였다. 위에서 생성되는 위산의 ‘공세’에 유산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잘 몰랐던 것이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의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이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6명의 지원자에게 처음 2주간은 김치를 많이(하루 300g) 주고, 다음 2주간은 김치를 적게(하루 60g) 제공한 것. 여기서 김치를 많이 먹은 주의 대장 내 유산균수는 적게 먹은 주보다 100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치가 위산을 누를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바로 ‘밥’이다. 대부분 밥과 함께 먹기 때문에 공복시보다 위산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 주로 속이 빈 상태에서 마시는 요거트보다 김치의 유산균이 장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저온에서 익혀야 제맛 ◆너무 시면 발암물질 생겨=김장철이 돌아왔다. 올해 김치를 담글때는 배추를 너무 씻거나, 소금에 절인 뒤 물로 과도하게 씻어내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렇게 하면 배추에 붙어있는 유산균과 당분이 모두 빠져나갈 뿐 아니라 발효가 잘 안 되고, 특유의 맛도 떨어진다.
저온에서 익히면 젖산·초산·이산화탄소 등이 많이 생겨 상큼한 맛을 낸다. 바로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김치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치의 유산균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더 잘 자란다. 따라서 김치를 담근 뒤 손으로 누르고 뚜껑을 꼭 닫아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치는 적당히 익었을 때가 맛은 물론 영양·건강 효과도 월등하다. 잘 숙성된 김치에 비타민C가 가장 풍부하며, 암 예방과 노화 방지 효과도 두드러진다는 것이 실험에서 증명됐다.
김치가 시어지기 시작하면 배추나 무의 펙틴(식이섬유의 일종)이 분해돼 물러지고 색깔도 칙칙해진다. 역한 냄새도 풍겨 먹기 힘들게 된다.
신 김치를 좋아하는 한인들이 많지만 지나치게 신 김치에는 위암 발암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에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짜면 위암 발생 가능성 ◆소금·젓갈은 적게=김치를 담글 때 소금이나 젓갈을 지나치게 많이 쓰면 좋지 않다. 위암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전통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전라도 남부 해안 지방 등에선 김치가 빨리 시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습관적으로 소금을 듬뿍 넣어 왔다. 그러나 배추나 무를 절이는 소금물의 염도는 9~12%면 적당하다. 예컨대 5ℓ의 물에 소금을 두컵 반(500g) 정도 넣으면 맛도 간간하고 배추나 무가 아삭아삭해진다. 이때 소금은 정제염보다 죽염이나 구운 소금, 간수를 뺀 천일염 등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