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늘 컴퓨터 앞에 붙박이로 앉아 게임을 한다. 혼도 내고 달래도 보지만 그때뿐, 다음날만 되면 아이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이상한 점은 공부할 때는 집중도 못하고 산만하던 아이가 컴퓨터 앞에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한다는 사실이다.
자녀들의 게임·인터넷 중독이 무서운 이유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등 보다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혼도 내고, 학업부담이 적은 초등학생 자녀의 게임 중독은 나은 편.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서 잔소리 하지 말라는 식의 반항까지 하는 사춘기 자녀의 부모 속은 바짝바짝 탄다. 어떻게 해야 자녀를 게임·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어린이가 게임 집착 땐 ADHD 의심해야=지금은 초등학생 인터넷 사용도 100%에 가까운 시대다. 그렇다면 이 중 얼마나 많은 아이가 중독이라 불릴 만큼 컴퓨터에 매달려 살까.
최근 한국서 발표된 건국대 병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455명(남자 229명.여자 226명) 중 63명(13.9%)이 인터넷 중독 상태로 나타났다. 이 중 60명은 경증이었지만 3명(0.7%)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중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중독 어린이와 정상 어린이간 사회.경제적 수준 가족 내 정신 병력 등에 있어선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인터넷 중독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이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과 흥미가 남달리 강하다. 또 일단 게임에 탐닉하면 적당히 시간을 통제하며 즐기는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이런 성향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와 증상이 동일하다. 따라서 초등학생 자녀가 게임에 빠졌을 땐 반복해서 혼내기 전에 ADHD의 증상이 게임중독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ADHD를 방치하면 청소년기에 품행장애나 약물 의존 등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이 병은 1년 이상 꾸준한 약물치료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임 중독은 산만증 개선과 더불어 호전된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은 우울증 가능성 커=학교에서건 교육 현장에서건 어디든지 활용되는 인터넷.
자녀들에게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 서핑에 매달려 학업은 물론 가족과의 대화나 또래와 어울리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다.
452명의 중.고등학생(남자 259명.여자 193명)을 조사한 건국대 병원의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139명(31.8%)이 주중 평균 2.1시간(정상 학생 1.3시간) 주말 평균 4.8시간(정상 학생 3시간)을 인터넷에 매달리는 중독 상태였다. 이 중 131명(29%)은 경증 8명(1.9%)은 중증이었다.
중독 학생과 정상 학생 간 사회.경제적 학업 성적 차이는 없었던 반면 인터넷 사용 이유는 달랐다. 정상 학생은 e메일 중독 청소년은 게임이었다.
중독 학생들이 정상 학생과 차별화 되는 가장 큰 특징은 두드러진 우울 증상을 보인다는 점.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녀가 인터넷 특히 게임에 집착할 경우 우선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찾아 우울증 여부를 먼저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우울증은 1년 정도 약물 복용으로 호전되며 우울증이 좋아지면 인터넷 중독 증상도 호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