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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단상] 이동 농민

Chicago

2008.07.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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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목사, 칼럼니스트
여름이 되면 교회마다 여러 가지 대외활동이 많은 가운데 지난 주간 내가 시무하는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 장로교회는 22년째 이동농민을 위한 단기 사역을 했다.

이동 농민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현장에 가서 이들을 대하며 사역하는 것은 처음이라 관심이 많았다.

주일 오후부터 목요일까지 5일간 사역으로 매일 장소를 바꾸어 가며 이동 농민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역이 매우 큰 것이기에 본 교회 단독으로 하지 못하고 미국장로교 카비넌트 대회 주관, 지역 정부와 교회가 합동으로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이 일을 수행한다.

이동 농민은 남미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중계자의 소개를 받아 미국 남부 어떤 농장으로 와서 일을 하다가 그 곳에서의 일이 끝나면 북으로 이동해 다른 농장에서 일을 한다. 농장이 기계화돼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곳이 많다. 블루베리 같은 열매나 과일의 경우 기계가 지나가면 1회 수확으로 끝나나 사람 손이 가면 여러 번 수확할 수 있기에 이들이 투입돼 일을 한다.

대부분의 채소도 사람 손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넓은 농장에서 미국 시민만 아니라 세계의 수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임금이 싼 이동 농민이다. 미국 법이 정한 최저 임금을 적용하면 농산물 값이 올라가야 하기에 그 값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의 수는 미국 전체에서 100만 명이 넘으며 이들은 정부로부터 1년 비자를 받으나 생산량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며 연 7천500달러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들이 사는 집은 좋은 경우는 우리가 방문해 본 모빌 홈이지만 대개는 천막, 자동차, 또는 노천이라고 한다.

12세 이상은 들에 나가 일을 하고 어린 아이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무료하게 지나기에 평소에는 이들을 모아 기본적인 교육을 하지만 이번 짧은 기간은 그들의 건강 검진이 중점이었다.

의사를 포함한 자원 봉사자들은 정한 장소에서 이들의 키ㆍ몸무게ㆍ시력ㆍ청력ㆍ구강ㆍ혈압을 포함한 전체 신체 검사, 건강 계몽 교육을 하고 필요한 경우는 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한다.

그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얼굴에 손과 팔에 페인트를 하고 놀아주며 일일이 사진을 찍어 뽑아준다.

처음 자기 사진을 가지는 아이들도 많다. 우리가 그로서리에서 과일이나 채소 등을 쉽게 구입하며 “비싸다, 싸다”고 하지만 이들은 대개가 고생하는 이들 이동 농민의 손을 통한 것을 알고 이들에게 감사한다.

100년 전 우리 조상이 하와이 사탕수수 밭이나 멕시코 애니깽 농장에 와서 고생하며 이민의 길을 열었고 오늘도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이들을 보며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들의 앞 날에 밝은 빛이 비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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