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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왕년에 잘 나가던 사람'

Los Angeles

2009.05.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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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근/LA
남자들이 모인 술 자리나 여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서로 자기 자랑을 하다 보면 우리 주변에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왕년에 황금 송아지를 다 가졌었고 모두 출세 했었고 젊은 시절 멋지고 인기 짱이라 따르는 사람이 한 트럭이 된다는 등 예전의 이력이 호화 찬란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과거에 잘못 산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예전에 훌륭하지 않았던 인물들은 없는 것 같다.

이민 사회의 특성상 각개인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과거를 미화시키고 확대하는 것이 이민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고 잠시나마 고달픈 현실을 도피하고 행복한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치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이 중요하지 과거에 어떠했는지는 그다지 대단한 일이 되지 못한다. 물론 여럿이 모여 앉아 특정인을 거론하면서 근거없이 욕을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거짓말을 하다 보면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낳고 허왕한 거짓에 자기최면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흘러간 과거의 자신에 갇히고 현실의 자아개발에 소홀하게 된다. 이는 결국 아무런 발전도 가져오지 못하고 후퇴의 길을 가게 된다.

지난 달 어느 대형교회의 존경받는 목사님의 설교 중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현재는 별일 없는 친구 몇몇이 모여 저마다 '나도 왕년에는'라는 말로 자신들의 지난 시절을 자랑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랑으로 대화가 시끄러웠는데 말없이 가만히 듣고 있던 돈있고 출세한 친구가 '나도 왕년에는'이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별일 없었던 과거를 아는 친구들이 놀라 조용해지면서 그의 입에서 나올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때 이 친구는 '나도 왕년에는 집을 잘나갔지'라고 했답니다. 물론 여기서 집을 나갔다는 것은 가출을 의미하겠지요."

모든 교인에게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나는 어떠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다시 한번 나를 돌아다 보는 계기가 됐었다.

중요한 것은 '왕년'이 아니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이 중요하다. 과거에 집착해 현실을 등한시 해서는 발전이 없다. 과거야 어찌됐든 이제는 지나간 시간들이다. 이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하고 이는 미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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