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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담은 장승은 한국의 얼굴' 중요무형문화재 장승명인 김종흥씨

Washington DC

2009.05.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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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에도 생명이 있습니다. 해학적 표정을 머금은 장승은 경이로움 그 자체죠.”

길게 풀어내린 머리와 흰 수염, 이마에 두른 두건이 영락없는 도인이다. 끌과 망치를 손에 쥔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 장승명인 김종흥(사진·57)씨. 그에게 장승은 삶이며 생활이다.

안동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하회마을에서 하회탈춤을 추다가 어느새 변화무쌍한 표정을 지닌 장승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굿탈놀이 이수자인 그는 그래서 탈춤을 추며 장승을 깎는 신기를 연출한다.

김씨는 “종교가 생기기 전 장승은 마을 입구에 서서 재앙을 막아주고, 주민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민간 신앙 역할을 도맡았다”며 “유구한 역사속에서 한국의 정서를 담아온 장승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처음엔 나무를 심고 밭농사를 지으며 장승을 한두기씩 세우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한 지금의 장승공원 ‘목석원’을 조성해 정착했다.

지금까지 그가 세운 장승만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40여회의 해외 공연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은 그의 장승 400여기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에 우뚝 서있다.

장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정 연출이다. 옛날엔 재앙을 막는 수호신으로 험상궂고 무서운 표정의 장승이 많았지만 요즘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해학적인 장승이 주를 이룬다.

생상한 표정을 담기 위해 그는 길가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는 것이 버릇이기도 하다. 그 모습을 그대로 스케치 해뒀다가 장승의 표정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란 말은 이젠 너무나도 흔한 말이 됐죠. 한국적인 정서와 다양한 표정을 담은 장승을 통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 제가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김씨는 99년 제1회 장승만들기 대상, 문화부 장관상, 2004년 농림부 장관상, 한국관광공사 사장상, 자랑스런 안동시민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땐 공연 후 생일 축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승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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