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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에서] 인생의 짐을 가볍게 하자

New York

2009.05.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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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 정토회지도법사
인생을 살면서 적기가 있는 것인데 자식이 세월만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신도들의 말을 많이 듣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믿고 기다리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자식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한번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저 사람을 위해서 내가 기도해야지, 저 사람에게 내가 뭔가 도움을 줘야지, 그런 생각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우선 내 인생이 똑바르고 편안해야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저절로 고개가 들어지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내가 무거운 물건을 지고 힘이 들면 옆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자기 앞길 밖에 안보인다. 옆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죽는지 사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 짐이 좀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마음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내 짐을 탁 내려놓으면 삶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저절로 옆 사람이 보인다. 무거운 짐 진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래서 필요하면 들어줄 수도 있다. 내 짐이 무거우면 남보고 들어달라고 하고, 내 짐이 가벼우면 꼭 들어줘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의 짐을 들어줄 수도 있다.

내가 빈손으로 갈 때는 남의 짐을 들어주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내 인생의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 첫째다. 자기 짐도 무거우면서 공연히 옆 사람 걱정하지 말자. 자기 짐을 먼저 내려놓자. 그래서 내 인생이 가벼워졌다고 스스로 생각이 되면, 자식이든 남편이든 부모든 옆 사람 짐을 조금 들어줄 능력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옆 사람 짐을 들어준다며 부모 짐, 자식 짐을 자기가 들고서 무거워 죽겠다고 야단이다. ‘자식 때문에 죽겠다, 부모 때문에 죽겠다.’ 하는 것은 옆의 사람 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인생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이다. 자꾸 자식한테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자식 때문이 아니라 내가 자식에 대한 인연을 못 끊어서 그런 것이다. 바로 내 문제라는 말이다.

자식에 대한 관심을 딱 끊어야, 내가 어떤 말을 한 마디 했을 때 자식이 반발해도 마음이 편하다.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공연히 무엇 때문에 상대도 괴롭히고 나도 괴롭히는가. 그럴 때는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오는 게 제일 좋다. 부부지간에만 ‘안녕히 계십시오’ 하는 게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내 능력에 넘친다 싶으면 ‘아이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 잘 있어라.’하고 끊으면 된다.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 집착을 끊을 때는 자꾸 돌아보면 안된다. 그냥 탁 끊으면 된다. 그래야 자립을 하게 된다.

아이가 어리광을 피우고 고집을 부릴 때 자꾸 뒤를 돌아보면 애 버릇을 못고치는 예와 같다. 그냥 두고 가버려야 된다. 애가 죽어라 하고 발버둥을 치고 난리를 피우다가도 주위를 돌아보고 아무도 없으면 그냥 일어난다. 아무리 네 살짜리 애라도 아무도 없는데 혼자 한 두 시간 우는 애를 보았는가. 땅에 넘어져 발가락을 다쳤던 손가락을 다쳤던 아무도 없으면 혼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가게 마련이다.

자기가 다 할 수 있는데 누군가 곁에 있기 때문에 자꾸 어리광을 피우는 거다. 냉정해야 진정으로 상대를 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냉정하다는 것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 말하면 사랑이다. 자꾸 연연하지 말고 내 속에 담은 업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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