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에서는 교회나 성당에서 초청을 해서 여러번 함께 음악회를 가질 기회가 있었어요. 이곳 남가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 무척 반갑네요."
성악가 비구니 스님으로 잘 알려진 정율스님이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한인타운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성공회의 김요셉 신부 초청으로 '한국의 날' 미사 때 노래를 선사했다. 봉헌과 성찬식 때 신아리랑 아베 마리아와 스님이 직접 작사한 향심을 400여 명의 미국인과 한인 신자들에게 들려 주었다.
김요셉 신부는 "18년째 한국문화를 미국인 신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세인트 제임스 초등학교의 한인학부모회와 함께 마련해 오고 있다"며 "한국을 알리는데 종교가 벽이 되어서야 되겠냐"며 정율스님을 바라보며 웃었다.
김 신부가 정율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관음사에서 장사익씨와 정율스님이 작은 음악회를 가졌을 때였고 그 후 계속 연을 이어왔다. 절대자에 대한 찬양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이다.
3년 전부터 이곳 미주지역과 인연이 닿아 머물고 있다는 정율스님은 "198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톨릭 원불교 불교의 여성 수도자들이 '삼소 음악회'를 장애자 기금모금을 위해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10년마다 개최키로 했다"며 1998년에 참가했으나 2008년에는 미국에 있느라 동참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서 어느 수녀님의 종신서원식 때 아베 마리아를 불러 드렸는데 수녀님들이 모두 공감을 했다"며 "마리아라고 노래할 때 부처님을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혼이 담기게 된다"며 궁극적으로 가장 좋으신 분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종교나 같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준비한 한복으로 모두 갈아 입고 미사에 참석한 미국인 신자들 역시 낯설은 승복차림의 비구니 스님의 아베 마리아를 듣고 같은 것을 느꼈다. 이들은 또 난생 처음 찬불가를 듣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현재 오렌지카운티의 정혜사에서 매주 두번째와 네번째 일요일 오후 2시에 찬불가를 가르치고 있는 정율스님은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불교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환영한다"며 "이곳 한인 불자들은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는데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출가를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라는 정율스님은 집 근처의 용인 서학사에 찾아 갔다가 졸업하고 오라며 퇴짜를 맞았다. 졸업 후 출가 결심을 알렸을 때 반대하는 어머니에게 "당신의 살아온 삶이 정녕 행복하신가? 당신 딸도 같은 길을 걷길 바라시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승낙을 받아냈다.
집안이 불교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큰 오빠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4번이나 '붙잡혀 집에 오곤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급상황일 때 택시 운전사는 자기 식구 밖에 태우지 못하지만 큰 배나 비행기는 보다 많은 사람을 구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왕 산다면 그 같은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성악은 승려가 된 지 10년 후에 대학에서 정식으로 공부를 마쳐 한국 최초의 성악가 비구니 스님으로 불교음악을 통한 포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히려 미국보다 한국이 종교의 벽이 더 낮은 것 같다"는 정율스님은 "북가주나 동부 쪽보다도 이곳 LA의 한인들이 종교에서는 더 보수적(?)인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인연 닿는 대로 할 뿐"이라는 정율스님은 지난 3년 동안 뉴욕의 모든 한인 사찰에서 특강을 했고 텍사스 하와이 시카고 애틀랜타 캐나다와 북가주를 두루 다니며 특강과 함께 타종교와 함께하는 음악회를 해 오고 있다.
"이곳 남가주에 머무는 동안 정혜사에서 하는 찬불가 교실에서 만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불교음악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