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거듭해 온 자동차는 현대에 있어서 '신발'에 비유될 만큼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2007년 통계를 보면 지구상에 굴러다니는 승용차만 6억대에 달한다. 이는 인구 11명당 1대꼴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인도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발전의 총아로, 환경오염과 사망률 증가의 주범으로, 천연가스와 전기 등의 힘으로 기술경쟁의 대상으로, 시대에 따라 그 위상을 달리해 왔다.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답게 도시 곳곳에는 자동차 박물관들이 많다. LA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자동차박물관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나보자.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 Petersen Automobile Museum LA
박물관을 들어서자 새빨간 레이싱카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시속 238마일의 파워로 1952년 전설적인 자동차 레이서 아트 크리스먼을 '200마일 클럽'에 들게 했던 '비스트 3 스트림라이너'다.
1994년 윌셔 불러바드와 페어팩스 애비뉴 코너에 들어선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은 자동차의 역사와 교육을 위해 문을 열어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박물관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원래 LA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 내에 있었던 것을 1960년대 일본계 백화점이었던 세이부 자리로 옮긴 것이다.
대개의 박물관이 소장품의 전시에만 신경을 쓴 것과는 달리 이 박물관은 자동차와 함께 그 당시의 풍물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시대를 되돌려 놓은 듯한 분위기에 빠진다.
1층 전시을 들어서면 자동차 초기시대를 재현해 놓은 전시물들의 눈길을 끈다. '거리풍경'(Streetscape)이란 주제에 걸맞게 다양한 전시물들이 실감나게 어우러져 있다. 나들이를 나섰다 진흙탕에 차가 빠져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오고 대장간에서 차를 고치고 있는 장면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갈매기 날개 모양을 한 문(Gull Wing Door)을 단 벤츠와 부가티 그리고 24K 금도금을 한 들로리언도 눈길을 끈다. 들로리언은 영화 '백 투 더 퓨쳐'에 등장한 당시의 명차다.
전시장 초입을 지나자 고풍스런 가로등 아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클래식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고 건물 모퉁이에서는 교통단속을 하느라 CHP 경관이 모터사이클을 세워 놓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주유소에서는 당시의 다양한 주유기들을 구경할 수 있고 길 건너편 자동차 딜러에서는 한껏 멋을 부린 고객들이 자동차를 고르고 있다.
주유소 옆 건물로 아이들의 눈길이 먼저 간다. 커다란 강아지 모양으로 지어진 아이스크림과 스넥 가게다. 그 옆으로 조그만 몰이 보이는데 자동차 보험회사와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생선과 칼을 높이 들고 호객을 하는 가게 주인이나 배달을 나서는 점원은 배달한 물건들을 다 쏟고 있다. 이들 모두는 실물보다 더 실물같이 재현해 놓은 인형들이다.
이 외에 바디샵 가정집 차고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초현대적인 모습을 한 태양전지차 옆에는 모터사이클 광이면서 영화 '대탈주'에서 멋진 탈주장면을 선보였던 스티브 매퀸이 한때 소유했던 새빨간 모터사이클도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시동을 멈추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서면 자동차와 함께 한 영화산업 전성기의 할리우드 갤러리 모터사이클의 여러 면모를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오티스 챈들러 모터사이클 갤러리 1963년의 터빈 엔진을 사용했던 크라이슬러에서 부터 2005년의 최신 연료전지차량까지 대체 동력 전시관이 차례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영화 배트맨의 '배트카' 가수 비가 출연해서 화제가 됐던 스피드 레이서의 '마하 5'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3층 '메이 패밀리 디스커버리 센터'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경찰 모터사이클이나 경주용 자동차에 올라 사진도 찍고, 모형 자동차 트랙에서는 자동차 경주도 해볼 수 있다. '스티브 매퀸의 모터 사이클전'을 비롯해서 다양한 특별전도 자주 열린다. 자동차와 당시의 패션을 엿볼 수 있는 '자동차 의상전'이 열리고 있고, 다음 달 13일부터는 자동차 경주와 관련한 모든 것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동차 경주협회, 60년전'이 예정돼 있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10달러, 학생을 가진 학생과 62세 이상은 5달러, 5세~12세까지는 3달러다.
▶주소:6060 Wilshire Blvd. LA
■네더컷 박물관 The Nethercutt Museum, Sylmar
우아하고 진귀한 자동차들이 다 모였다. 샌퍼낸도 밸리의 실마에 자리잡은 네더컷 박물관은 길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전시장으로 나뉜다. 1971년 화장품 재벌이었던 네더컷 노먼이 생전에 그가 수집한 클래식 자동차들을 위한 박물관을 개관, 지금까지 무료로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동차와 함께 수집에 몰두했던 분야는 악기,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해 다양하고 희귀한 악기들을 위한 전시장도 마련돼 있다. 한편 고고 동창이었던 부부는 70년을 해로 한 뒤 2004년 10월과 12월 두 달 사이로 각각 세상을 떠나 세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자동차도 자동차거니와 박물관 내부 역시 근사하기 이를 데 없다. 클래식 자동차에 어울리게 높은 천정에 아름다운 샹들리에, 웅장한 기둥과 바닥은 모두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완벽하게 복원된 차체에 당장에라도 달릴 수 있도록 정비돼 있어 박물관이 아니라 자동차 궁전에라도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1층에는 1900년대 초기부터 40년대까지의 우아한 자동차 25대와 함께 뮤직박스와 같은 그 시대의 풍물들이 전시돼 있다. 본 전시장인 그랜드 살롱에는 뒤센베르그, 캐딜락, 르노, 바이바흐 같은 1910년부터 30년대의 유럽과 미국의 최고 명차들이 모여 있다.
중간층인 3층 역시 빠뜨릴 수 없는 곳, 흔히 마스코트로 불리는 보닛 위의 장식물들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재규어와 롤스 로이스와 같이 몇몇 차량 들에만 남아있는 이 마스코트들은 당시로서는 격조높은 품위를 상징하는 예술품과도 같았다.
야외에는 1937년 캐나다산 증기기관차와 우아하게 내부가 꾸며진 객차가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끈다. 뮤직 룸으로 불리는 악기 전시장은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그는 악기 중에서도 기계화된 악기들만을 수집했는데, 내장된 바이올린이 직접 연주하는 쥬크박스 등이 눈길을 끈다. 이들 기계악기들이 연주하는 미니콘서트도 즐길 수 있어 여러모로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자동차 박물관(The Nethercutt Museum)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건너편의 악기박물관(The Nethercutt Collection)은 목~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개관한다.이 중에서 악기박물관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하므로 사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모든 관람은 무료이며 주요 공휴일은 문을 닫는다.
▶주소:15151 Bledsoe St., Sylmar
■자동차 드라이빙 박물관 Automobile Driving Museum, El Segundo
자동차 매니아라면 이곳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아 온 자동차 130여 대가 전시돼 있는 남가주 최대 자동차 박물관 중의 하나다. LA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박물관은 박물관의 위치치고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상업지구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2007년 봄에 개관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차량을 둘러보고 몇몇 전시 차량들은 만져보고, 자리에 앉아 볼 수도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10세 이하의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전시된 자동차를 태워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약 5분동안 박물관 주위를 달려볼 수 있다.
기프트 샵에서는 티셔츠와 모자 등 다양한 자동차 기념품도 살 수 있고, 도서관에서는 자동차에 관한 문학서적을 비롯해서 잡지, 서비스 매뉴얼 등을 살펴 볼 수도 있다.
관람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입장료는 무료이나, 어른은 5달러 정도의 도네이션을 받는다.
▶주소:610 Lairport St., El Segundo
■군용 차량 박물관 Military Vehicle Museum, Rosemead
탱크, 장갑차, 수송트럭, 짚차 등 전쟁터에서 활약을 했거나, 군대에서 쓰였던 군용 차량 들을 위한 박물관이다. 1962년에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개관해서 올해 4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야외 전시장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드사에서 제작해서 영국군과 미군에 의해 유럽과 동남아 등지의 전선에서 투입됐던 M8 장갑차를 비롯해서 셔먼 탱크, M47 패튼 탱크, M1 에이브럼스 탱크로 교체되기 전 미군의 주력탱크로 활약했던 M60A1 탱크 등 군사용 차량 178점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관람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며 비가 오면 쉰다. 입장료는 어른 5달러, 10세~16세까지는 3달러, 5세 이하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