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인생관이 달라졌지요. 열심히 일하고 살면 되겠지 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안전(security)’을 빼앗겼어요.”
이스트빌리지 SB D갤러리(125 East 4th St.)의 박설빈(사진) 디렉터에게 9·11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사건이었다.
”9월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날을 생각하게 되지요. 뉴욕의 상징이었던 트윈타워는 생명이 없는 건물이었지만, 뉴요커들에게 인생의 한 부분으로 기억되는 상징이 됐어요. 그 트윈타워를 기억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 까요.”
그래픽디자이너자 큐레이터인 그는 미술로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2009년 9월 트윈타워를 회고하는 첫 전시회를 열었다. 첫 전시엔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사진가·화가·조각가 등 44명의 작품 154점이 선보였고, 작품집도 출간됐다.
박 디렉터는 피날레가 될 2011 ‘9·11 이전: 트윈타워와 함께 했던 추억(Pre911: Twin Towers Once Stood)’전의 전시작품을 공모한다. 사진·드로잉·회화·조각·믹스드미디어에서 시까지 장르를 망라하고, 트윈타워를 추억하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받고 있다.
“이제까지 접수된 작품 중엔 아무래도 사진이 많았어요. 당시 슬라이드 필름에 담아 다락방이나 지하실에 잠재워둔 것을 찾아내 응모한 분들도 있지요.”
전시작품 중엔 박 디렉터의 남편인 뉴욕타임스 사진기자 이장욱씨의 사진도 한 점 선보인다. 뉴저지에서 일몰 즈음에 촬영한 사진 속에서 트윈타워에 반사된 햇빛과 쌍둥이 송신탑 사이에 걸린 보름달이 대조를 이루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8시55분 경 굉음을 듣고, 트윈타워 위로 솟아나는 연기를 본 이장욱씨는 곧바로 카메라가방을 든 채 세계무역센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날 촬영한 사진으로 동료기자들과 함께 퓰리처상 속보상을 수상했다. 수상 사진은 이번 전시에서 뺐다. 이장욱씨는 “이제는 치유의 시간이지요”라고 간단히 해명한다.
피날레 전시는 9월 11일 오후 4시에 개막해 25일까지 계속된다. 응모작은 [email protected]에 접수하면 된다. 212-979-7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