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시론] 미국서 실패한 '특검' 왜 고집하나

Los Angeles

2013.11.24 19:1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창준·전 연방하원의원
한국국회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 수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군의 수사가 따로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없고, 특검 수사만이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다는 이유다.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의 업무를 감시할 수 있고, 특별법을 통해 특검을 구성해 비리를 캐낼 수도 있다. 심지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탄핵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회가 무섭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더 무섭다. 예산을 전부 거부하거나 행정기관을 폐쇄시킬 수 있다. 민주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법이고, 이 법을 만들 수 있는 기관은 오직 국회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국회는 그 막강한 힘에도 오랫동안 서로 싸움만 하다가 체면이 깎이고 국민 앞에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검을 통해야만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특검법은 1978년 닉슨 대통령 때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의회에서 제정됐는데 닉슨 대통령은 자기가 임명한 특검으로 인해 의회 탄핵 직전에 사임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후 의회는 20년 동안 무려 20여 차례에 걸쳐 특검을 구성했다. 하지만 겨우 4건만 성과를 보았고, 나머지는 기소조차 못하고 끝나버렸다.

결국 클린턴 성추행을 수사하던 특별검사조차 특검법 폐지를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별검사제도는 정부의 조사에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확신했을 때 도입하는 제도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특별한 성과를 낸 적은 별로 없고 오히려 국민의 세금만 낭비됐다. 여기에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집요한 공격까지 합쳐 결국 미국은 1999년 6월 특검법을 폐지시켰다.

대한민국에서도 1999년에 시작해 2007년까지 8년 동안 특검제를 통해 8건을 수사했지만 그 중 3건은 무혐의로 판정 났고, 나머지 2건은 흐지부지되었으며, 3건만이 구속 처리됐다.

미국도 15년 전에 폐지한 비효율적인 특검법을 지금 대한민국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특별수사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리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에 쓰이는 세금도 엄청날 것이다. 이 모두가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인데, 특검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지난 번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제도는 이미 수사기관들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 일부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적 댓글을 단 것이 개인적인 일인지, 아니면 기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행한 일인지를 규명하기 위한 특검 채용은 국민 혈세 낭비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대선 개입, 심지어는 부정선거를 파헤치자는 의도로 보이는데, 시효가 거의 1년 가까이 지난 일을 놓고 이제 와서 선거무효 등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다.

우리가 기존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고 툭하면 특검을 구성하게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미국의 특검제 실패 과정을 살펴보길 바란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