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의 현대사를 겪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룬 세대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성공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보수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주인공 ‘덕수’는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80~90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국제시장’은 어떤 정치적 야심도 없는 영화다. ‘국제시장’의 목표는 하나다. 한국전쟁, 파독,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찾기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훑고는 있지만, 주인공(아버지)의 고난과 희생을 부각하기 위한 도구다. 윤제균 감독 역시 ‘국제시장’은 정치성이 배제된 ‘아버지에 대한 헌사(Ode to my father)’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근 20여 년 동안 좌편향 감독과 배우들이 판을 치던 한국의 영화계에 모처럼 올바른 국가관과 가치관이 정립된 영화가 등장했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전체 관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가 이 영화를 보고 기성세대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해방과 6·25전쟁, 끝없이 이어지는 가난으로 꿈 조차 꿀 수 없었던 1세대와 열정적으로 꿈꾸는 지금의 2~3세대가 함께 손잡고 영화 ‘국제시장’ 을 관람하며 소통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니 다행이다.
한국 영화계는 긴 세월 동안 좌편향 감독과 배우들에 의해 석권되어 선동에 이용되어 왔다. DJ시절 제작된 남부군 남영동 1985을 필두로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워 온 좌편향 영화들은 ‘화려한 휴가’로 절정에 이르렀고 영화 ‘변호인’ ‘천안함 프로젝트’ ‘전교조’ 등은 젊은층의 마음속에 보수 정권에 대한 증오심이 극에 달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국제시장’의 성공이 참 반갑다. 그건 우파도 좌파도 아닌,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약간의 유머를 섞어 표현한 고증이 잘된 훌륭한 역사물이다. 세대간 정서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도 잘 묘사돼 있고, 6·25 이전에 태어난 세대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도 잘 보여 준다. 또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뼈아픈 노력을 해야 했던가를 잘 보여준다.
해방 이후 건국, 6·25전쟁과 분단의 후유증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념적 갈등의 대가를 엄청나게 치렀다. 서독 광부에 이어 어느덧 아버지가 된 젊은 덕수에게 아내가 전쟁터인 월남에 간다고 하니 날 과부로 만들거냐고 절규하듯 따지는 장면도 있다. 이제 80이 넘은 필자도 6.25의 전쟁에 참전했고, 밤이면 시도 때도 없이 베트콩의 박격포 공격이 끊이지 않는 베트남의 전쟁터에서 미 해군과 해병 1사단을 지원하는 Philco에서 민간인인데도 때로는 군복 입고 철모 쓰고 방탄조끼 입고 M16총 들고 베트콩 공격에 방공호를 수 없이 드나들며 3년을 일하며 조국으로 달러를 송금했으니 조국 근대화에 일조를 한 것도 같다.
영화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그 시대 아버지, 그리고 ‘가장’의 이야기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당신이 아니라 가장으로서 굳세게 삶을 헤쳐나간 그시대의 서사시다. 영화 ‘국제시장’ 속 덕수가 그렇게 고생하며 살아온 걸 아들과 손주들이 알아주진 않지만 덕수는 누가 알아달라고 고난의 길을 걸었던 게 아니었다.
특히 이승만·박정희 두 정부의 치적을 감추고 왜곡 폄훼하는 세력은 무기라고는 미군이 남기고 간 구식소총 몇 자루와 연습기 다섯 대뿐인 대한민국 국군을 이끌고 소련제 탱크와 야포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나라를 지켜낸 이승만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자원이라고는 무연탄 탄광 몇 곳과 중석 광산 몇 곳이 전부인 최빈국 대한민국을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이끌어 경제 대국으로 부상시킨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부정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