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 갔던 목욕탕 출입을 시작으로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목욕탕을 가서 때를 밀어야 씻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우리 한국인들이다. 그래서 동네마다 한두 개 씩은 목욕탕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벽돌로 만든 높다란 굴뚝을 볼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점점 목욕탕이라는 문구는 사라지고 사우나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일반 목욕탕에 찜질방이라는 개념을 넣어서 생겨난 신종 목욕탕인 셈이다.
일 끝나고 동료들과 저녁에 술 한 잔 먹다가 조금 늦어지면 사우나에 들어가서 한잠 자고 그 다음날 아침 바로 출근하기도 하는 사우나는 정말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휴식처로 자리매김을 한 지 오래 되었다. 지난번 한국 방문 때 들렀던 동대문에 있는 한 사우나는 외국인이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한식 세계화에 못지 않게 사우나 문화도 이제는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음을 느낀다.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2003년 사우나를 오픈했을 때 한국 방문 시에만 한 번씩 들렀다가 오는 목욕탕을 미국에서 처음 가 보고는 묵은 때를 다 씻어버린 시원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에 어깨가 절로 펴짐을 느꼈다. 한식의 세계화로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걸 생각하면 왜 진작 목욕문화를 미국에 들여오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 물론 지금은 뉴저지뿐 아니라 뉴욕 LA 시카고 댈러스 그리고 버지니아 등 미국 곳곳에 한국식 사우나가 하나하나 오픈하여 많은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식 세계화에 못지 않은 한국 알리기의 막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팰팍 타운에서 2010년 24시간 영업을 허가해 줘서 그동안 많은 한인들과 외국인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며 힘든 미국 생활에 활력을 주었던 킹스파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24시간 영업 중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인 것을 지난 24일자 신문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 게다가 킹스파 관계자들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다른 한인들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과거에는 전 팰팍 시장이 주민들에게 한인을 비방하는 서한을 발송하여 많은 한인들을 분노케 하고 얼마전까지 한인들을 봉으로 알고 무차별 교통티켓을 남발하는 처사는 지난번 칼럼 '팰리세이즈파크'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누가 봐도 칼자루 쥔 사람의 한국인을 무시하는 감정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잘 하고 있는 비지니스를 상대로 터무니 없는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 분노가 일지 않을 수 없다. 사전 통보도 없었고 경고도 없었고 이렇다 하게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었다고 하는데 신문에서 24시간 영업 금지가 확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왠지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이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특히 호텔 운운하며 사우나에서의 숙박을 문제 삼았는데 한국에 수도 없이 많은 사우나가 모두 24시간 영업이 기본이지만 어느 숙박업소도 이를 두고 문제를 삼는다는 기사는 읽은 적이 없다. 사우나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숙박업소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임을 한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팰팍에는 이제 부시장을 비롯하여 시의원 경찰 등 많은 한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 이제는 한인들을 대변하여 우리의 문화 알리기에 힘을 쏟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사업체도 보호하고 나서야 한다. 과거 한국 식당의 반찬 특히 김치에 대해 항상 낙제점을 안겨준 위생국 직원들의 이해는 한인업주들의 끊임없는 항의와 설명에 의해 쟁취된 소득이지만 그 과정은 정말 한식 세계화 이전에 겪어야 했던 힘든 난관이었음을 요식업에 종사했던 한인들은 모두 알고 있을 터다.
여행 중에 쉬어야 할 곳은 호텔 등 숙박업소다. 하지만 집을 지척에 두고 새벽을 보내는 찜질방은 없어져서는 안 될 우리의 휴식처다. 이번 24시간 영업 중지 사태에 대해 한인 정치인들은 정치적 계산이나 비지니스적인 득실을 떠나 한목소리로 우리 문화를 알릴 의무가 있다. 뉴저지의 목욕탕 킹스파는 우리와 외국인들의 24시간 휴식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