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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우리 역사 최초의 스캔들

Washington DC

2015.12.2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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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회/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우리 역사에 최초로 나타난 스캔들은 이 노래였습니다.

선화공주님은/ 남 모르게 시집 가서/ 맛둥(서동) 서방님을/ 밤마다 몰래 안고 잔데요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향가 ‘서동요’입니다. 신라시대 향찰 문자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해석되지만 대략 선화공주님이 서동 서방님과 밤마다 정을 통하고 있다는 이런 내용입니다.

이 노래의 배경 설화에서 밝힌 사건은 이렇습니다. 감자를 캐어 팔아서 생활하는 서동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서울로 갑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감자를 나눠 주면서 이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지요.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바람에 왕의 귀에 까지 들어가고, 크게 노한 왕은 선화 공주를 쫓아내 버립니다. 쫓겨나는 선화공주 앞에 서동이 나타나고요, 서동은 원하던 대로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서동은 백제로 가서 무왕으로 등극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진짜로 있었던 일일까요? 이 이야기가 실제 역사 속의 사실인지 후대에 만들어낸 것인지에 대해 학자들간에 설전이 있던 모양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신라와 백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최근 관련 유적지 발굴 결과, 무왕의 왕비가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여인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꾸며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삼국유사에 정확한 인명과 지명들이 기재되어 있고, 발굴된 유적지의 흔적도 서동요 이야기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사실일 수 있다고 맞섭니다. 솔직히 나타나있는 증거만으로 이야기가 사실이다 아니다를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여튼 저는 이야기의 사실 여부 보다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주목합니다.

이 이야기는 일개 감자 캐는 소년이었던 서동이 기지를 발휘해서 신라의 공주를 아내로 삼고, 백제의 왕위에까지 오르게 된다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입니다. 여기엔 자유와 사랑이라는 당대인들의 염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를 넘어 그 자체가 바로 진실인 겁니다. 왜냐하면 ‘진실’이란 실제 일어났던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삶의 가치를 제시한 것, 찾아나가는 것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실이 다 진실은 아닙니다. 사실에 주관적 가치가 부여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진실이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엇인가가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투영되었느냐는 겁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 과정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상을 받고, 어떤 학교에 합격하고, 어떤 기업체에 들어갔다는 사실적 결과물의 나열이 아니라 참된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소중한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문의: 703-314-289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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