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학생들에게 '라틴어와 그리스어 어원'을 가르치는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 전문 주간 매체인 '에듀케이션 위크'에 따르면, 그동안 일부에서 시행해온 이 방법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트렌드의 이유는 상당수 영어단어의 어근이 라틴어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간을 나타내는 라틴어 어근인 'temp'를 배우면서 여기서 파생된 'contemporary'나 'temporary'를 익히게 되면서 초등학생들의 어휘 실력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교습법을 적극 찬성하는 편에서는 이런 어근이 100여 개 되는데 어근마다 10개의 관련 단어를 익히면 단어를 1000개나 빠른 시일내에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접두사(prefix), 접미사(suffix)를 잘 파악할 경우 단어를 익히는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샌타클라리타 지역 피코캐년 초등의 경우 4학년 한 클래스만이 이런 교습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다른 교사들도 도입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학부모 제니퍼 김씨는 "딸아이가 4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매주 10개짜리 비슷한 단어를 배우고 있다"며 "마치 토플책에 나왔던 어근을 통해 어휘를 늘렸던 학습법과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라틴어나 그리스어 어근은 서양 언어에 근간이 되므로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된다"며 "마치 한국어 단어에 한자가 많이 들어 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영어 어휘를 늘리기 위해서 라틴 어근을 배우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 이미 1984년부터 일부 학교에서는 이를 채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과정에 비해서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라틴 어원을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어왔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생들이 라틴 어원, 접두사, 접미사를 제대로 알면 수많은 영어 파생단어의 보물창고를 여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10~20개의 새 단어를 익히고 있다. 하지만 라틴 교습법을 사용하는 클래스는 매주 한개의 어원으로 10여 개의 단어를 배우게 하고 다른 책을 통해서는 문맥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을 연습시키고 있다.
또 최근에 채택돼 시행중인 공통 핵심표준(common core standards)도 이런 라틴 어원을 통한 공부법을 3학년부터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책을 읽기 시작하는 때부터 어휘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적합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라틴 어원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아예 라틴어를 배우게 하는 학부모도 나오고 있다. 법학, 의학, 자연과학 등을 대학에서 공부할때 대단히 유용하다는 것이다. 이들 학문의 기초적인 용어들이 모두 라틴어에서 나온 것이기에 라틴어를 잘 알면 이들 학문을 공부할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대학이나 직장에서의 백인들과의 경쟁에서도 그리스·로마신화를 잘 아는 것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라틴어 자체를 배우는 열기가 커진 또 다른 이유는 스패니시 배우기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스패니시 단어들이 대체로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 많기 때문에 라틴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면 스패니시를 대단히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패니시 신문법'을 주창하는 등 스패니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르틴 백씨는 "스패니시는 라틴어의 아들쯤 되는 언어다. 사촌쯤 되는 영어보다 단어가 같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어려서부터 라틴 어근으로 영어를 배운다면 큰 효과를 볼 것이다. 아울러 스페인어도 더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한인 교육 전문가는 "라틴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보고 한국에서 한자 폐지 논쟁이 떠올랐다"며 "한글 전용을 지지했던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반면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 라틴어를 공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라틴 어근 공부는 좋지만 라틴어는 생각보다 어려워 시간 낭비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