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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희 칼럼]에모리 박사님(Dr. Emory)

Atlanta

2016.09.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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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에모리에서 박사님으로 통한다. 에모리에서 일하는 분들이 질문하면 모르는 것 없이 대답해주고 도와주는 해박한 지식과 지혜의 소유자이다. 애틀랜타의 명문 사립 에모리대학(Emory University) 시설관리 엔지니어 분야에서는 그가 최고의 기술자다. 그런데 명문 에모리대학도 관리면에서 어두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네 번이나 승진의 기회에서 그의 이름이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인 특유의 유교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처럼 대학의 결정에 묵묵히 따른다. 다른 인종 같았으면 벌써 몇 번이나 인종차별로 법정에서 수백만 달러(대기업의 인종차별 건은 기본이 100만달러인 것을 필자는 보아왔다)를 받고 에모리 대학 명예도 바닥으로 실추됐을 테니 말이다.

내가 J를 처음 만난 것은 가톨릭 모임에서 였다. 그는 가톨릭의 종교지도자로서 여러가지 많은 일을 하고 계셨다. 사실, 그는 부인과 함께 1980년대 초기에 이곳 애틀랜타로 이주해서 직장 생활을 해온 몇 안 되는 애틀랜타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한 마디로 한국 커뮤니티의 살아있는 애틀랜타의 역사이며 터줏대감인 셈이다. 내가 사는 애틀란타 남쪽의 신도시, 피치트리 시티(Peachtree City)가 만들어질 초기에 도시설비 계획에도 참여했던 엔지니어로서 미국 사회도 인정하는 분이다.

그는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선 엔지니어를 전공하고, 아름답고 지적인 부인과 함께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뒤 다시 공부해 지금의 에모리대학 설비담당 엔지니어로 충성을 다하고 계시는 에모리대학을 사랑하는 에모리 가족이다.

그는 또 말로만 요란하지 않은 몸소 실천하는 애국자이다. 이민초기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한인들을 도와왔을뿐 아니라 한국의 기업을 생각해 지금까지 현대차만 타고 다니며 한국이 만든 현대차 성능의 우수함과 편리함을 이웃 미국 시민들에게 손수 알리는 믿음직한 ‘민간 외교관’ 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한인들이 살고 있지 않던 80년대 초, 남부 애틀랜타로 이주해 한인커뮤니티를 형성시킨 몇 안되는 산 증인이지만, 요란스럽지 않게 그리고 본인을 과시하지도 않고 조용히 미국사회 ‘평범한 시민’으로 스며들어 미국민들과 동등하게 한국인의 자존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직장 리더로서 필요충분 조건을 다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그는 세 아들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아름답고 지적인 부인의 남편으로서 세세하게 가정을 잘 이끌어 젊은이들에게 모범적 삶을 보여주며 자녀들도 부모님의 근면한 생활 모습을 닮아 이제 의료계에서 미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둘째, 그는 나이 드신 다른 이주자들과 달리 영어를 잘한다. 유창한 영어로 직장동료들에게 유머를 사용하며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동료들을 도와 주며 잘 지낸다.

셋째, 그는 부지런해 제일 먼저 출근하여 일터의 일정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에모리 가족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무슨 일이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각하고 실천한다. 예를 들면, 그가 다쳐서 치료받고 한 달 만에 돌아오니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캠퍼스 차량이 다른 이에게 넘어갔다. 그래서 그는 매일 넓은 캠퍼스를 걸어 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참고 먼 거리를 걸어서 다니다 보니 다쳐서 아픈 몸이 아주 빨리 완쾌돼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생활한다. 부정을 긍정의 힘으로 바꾸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모범적 삶을 보여주는 분이다.

다섯째, 그는 엔지니어 분야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분이다. 승진 시험에서 아무도 할 수 없었던 만점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런 분이 아직까지 충성스럽게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에모리의 행운이다. 이 분처럼 지금도 북미 대륙 미국의 어느 낯선 구석에서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금싸라기 한반도 땅의 긴 역사를 가진 특유한 문화유산인 유교정신으로 오늘도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소수 민족인 모든 대한 민국의 아들 딸들, 진정한 ‘민간 외교관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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