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무슬림 이름 쓴다'는 이유로 JFK 공항 억류 파문

New York

2017.05.03 19:1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유명 작곡가 모하메드 페어루즈
영국서 귀국길 CBP 요원이 억류
"네 이름 흔하냐" 질문 후 풀어줘
영국 언론 기고문 통해 강력 항의
중동계 미국 작곡가가 무슬림 이름을 쓴다는 이유로 JFK 공항에 억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모하메드 페어루즈가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JFK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에 의해 네 시간가량 억류됐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출생해 영주권자로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는 페어루즈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오케스트라 녹음을 마친 후 8시간 비행 끝에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페어루즈는 "공항에서 여권을 스캔한 후 지문을 찍은 CBP 요원이 '추가 검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뒤 뒤쪽에 있는 방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당시 수십 명이 그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으며 요원들이 주기적으로 방으로 와 신분 조회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방을 떠날 수 없다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 페어루즈의 설명이다. 그 방에서는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됐고 소지품도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루즈는 영국 온라인 매체인 '더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수시간 동안 억류하는 것은 사람들을 대우하는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억류 후에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한 요원이 '중동에서 네 이름이 흔하냐'라고만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 이름은 흔하지만 내 지문은 그렇지 않다"며 "그 질문을 들은 후에도 내가 왜 수시간 동안 억류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CBP는 성명서를 통해 "내부 문서와 당시 감시 카메라 기록 분석 결과 모하메드는 51분만에 풀려났다"며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도 미국 입국 시 그들이 재입국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P는 또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이들을 위엄과 존경으로 대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성명서 그 어디에도 페어루즈가 왜 억류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무슬림 이름 때문에 입국심사대에서 이민자가 억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전설의 복서' 고 무하마드 알리의 아들 무하마드 알리 주니어와 그의 어머니가 자메이카에서 돌아오는 길에 플로리다 국제공항에서 무슬림 이름과 종교 때문에 공항에 억류되기도 했다. 무하마드 알리 주니어는 다음달에도 버지니아주에 있는 레이건공항에 또다시 억류되면서 인종차별적인 입국심사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이 행정명령은 연방법원에 의해 시행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서승재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