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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

Los Angeles

2021.04.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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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인 편견만 떨쳐도 정신과 문제로 고통 받는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다음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1.정신과 질환은 대부분 의지력 부족으로 오고 이를 치료하려면 환자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2. 정신과에서 쓰는 약물은 자칫하면 중독이 되기 싶다. 따라서 가능하면 처음부터 약물보다는 상담으로 해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3. 주의산만증 아이가 복용하는 항진성 약품은 아이의 일생 동안 계속해서 써야 한다.

4.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 때문에 자살 기도를 할 확률이 높아지고, 우울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지만 이상 4가지 내용은 모두가 잘못된 것이다.

첫번째 정신과 질환의 원인은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이상에 의해 올 수 있다. 체질적, 심리적, 환경적 요소 중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예를 들어 대학에 입학한 17~19세 젊은이가 어느 날 환청이 들리고, 누군가 자신을 해칠 것 같다는 피해망상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면 무엇이 원인일까? 낯선 도시의 대학에 가면서 환경이 바뀌었고, 항상 1등을 하던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 오니 모든 학생이 자신보다 똑똑하게 생각돼 심리적 압박감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이에 많이 나타나는 유전자 소인에 의한 체질적인 원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학교를 옮겨주는 환경 변화, 자신감을 올려주는 상담 치료, 적합한 약물 치료 등이 있다.

의지력이 강한 환자가 이 3가지를 모두 지킨다면 예후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의지 하나만으로 두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없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치료 없이 식이요법 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둘째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물들은 대부분 안전하다. 이런 약들은 두뇌에 대한 연구가 급격히 발달했던 지난 40여년에 걸쳐서 개발돼 왔다. 항우울제, 제2대 항정신제, 정서 안정제 등은 심각한 정신질환의 치료 및 예방에 많은 기여를 했다.

벤조(Benzo) 같은 일부 항불안제와 통증 환자들에게 많이 쓰는 마약류를 제외하면 정신과 약물 중에 중독되는 약은 별로 없다. 발리움, 리브리움, 아티반, 제넥스, 할시온 등의 항불안제는 다른 약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불안증세가 금방 없어지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효과를 위해 용량을 늘려야 하는 내성이 생기기 쉽다. 갑자기 끊으면 금단 현상이 와서 고생하기 쉽다. 이런 약품은 소량을 단기간에 사용하는 한 중독의 염려는 없다.

셋째 주의산만증에 사용하는 항진제를 일반인이 사용하면 정신적 ‘하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양을 올려야 똑같은 쾌감을 경험하게 돼 내성이 생기고 갑자기 끊는 경우에는 금단 현상을 경험한다.

그러나 두뇌의 전두엽에 도파민 생성이 부족해서 생긴 주의산만증 환자의 경우에는 항진제 약물이 전두엽을 자극해 감정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얌전해지고 주의력이 올라간다. 또한 양을 계속 증가시킬 필요도 없다. 어린이들의 경우 약 50%에서 어른이 되면서 산만증이 없어지거나 증상이 좋아져 대부분 대학교에 가기 전에 약물을 끊는다.

넷째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환자의 약 4%에서 ‘급격한 감정변화(Mood Shifting)’ 부작용이 올 수 있다. 프로잭, 팍실, 졸로프트, 셀렉사, 렉사프로 등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에 많이 생기는 부작용이다. 환자의 우울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화가 많이 치솟거나, 자살 동기가 강해지는 등의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약을 중단하고, 처방한 의사에게 곧 연락을 취하거나, 필요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항우울제 처방 시에 아주 소량으로 시작해 일주일 단위로 점차 용량을 올리는 방법을 쓴다.

정신 건강도 신체 건강 못지 않게 중요하다. 치료 가능한 정신적 질환을 오해와 편견 때문에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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