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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서울~뉴욕 비행시간 30분 시대 올까

Los Angeles

2021.06.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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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에 대한 인류의 욕구가 특이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머잖아 서울~뉴욕 간 거리를 단 30분 만에 날아갈 수 있는 로켓 여객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폭스비즈니스·씨넷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달 13일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화성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을 이용한 텍사스~하와이 간 궤도비행 계획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은 텍사스 보카치카 발사장에서 출발해 하와이제도 북쪽 카우아이섬 북서쪽 해안에서 약 100㎞ 떨어진 바다에 착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스타십 궤도 비행의 예상 최대 고도는 115㎞. 스페이스X는 당국에 제출한 문서에서 궤도비행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그윈 숏웰 사장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궤도 비행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스타십은 개발의 주목적이 화성 유인탐사라, 그간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고고도 비행만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궤도비행 계획은 이례적이다. 답은 로켓 여객기 구상에 있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17년 9월 국제우주대회에서 ‘로켓 지구여행’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화성 우주선으로 지구의 다른 곳을 간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뉴욕에서 로켓에 탑승해 단 39분 만에 중국 상하이에 도착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로켓은 100명 미만의 승객 태우고 일반 제트여객기 속도의 27배에 달하는 시속 2만7000㎞로 날아, 지구 어디든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도 100㎞가 넘는 우주공간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로켓 여객기는 아니지만,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제트 여객기도 다시 등장할 전망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3일 항공 스타트업 붐수퍼소닉이 개발 중인 초음속 항공기 ‘오버추어’ 15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오버추어는 일반 여객기보다 배 이상 빠른 최고 마하 1.7(시속 208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오버추어를 타면, 현재 14시간가량 걸리는 서울~뉴욕 간 비행이 7시간으로 줄어든다. 붐수퍼소닉은 2026년까지 시험비행을 마치고 2029년부터는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류의 이동 역사는 비행기가 발명된 후 100여 년 만에 비약적 진화를 하고 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탄 청교도들이 영국을 떠나 대서양을 가로질러 북미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4일. 이후 300년이 지난 1919년 영국인 비행사 알콕과 브라운이 프로펠러기를 타고 대서양을 최초로 논스톱 횡단하는데 걸린 시간은 16시간. 이제는 승객 수백명을 태운 제트 여객기가 7시간 만에 대서양을 가로지른다.

머잖아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여객기 시대가 실현된다면 지구 어느 도시든 30분 만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로켓 여객기가 실현되기까지는 아직도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안전도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테러 등을 제외한 전세계 상업용 비행기의 승객 1억 명당 사망자 수는 약 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로켓을 이용한 우주인 564명 중 사망자는 18명에 달한다. 상업용 제트여객기 수준의 안전도에 이르기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비행시간 30분 안에 일반 제트 여객기의 27배에 달하는 속도를 내는 구조 때문에 생기는 중력 2~3배의 G포스를 일반 승객들이 견딜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로켓 여객기의 발사 소음은 물론, 음속 장벽을 넘어설 때 생기는 소닉붐 문제도 로켓 여객기 시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현재도 우주로켓 발사장에는 소음과 안전의 문제 때문에 발사 때에는 사람들을 반경 수㎞ 밖으로 내보낸다. 이에 대해 스페이스X측은 도시가 아닌 해상에 발사장과 도착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준호 / 한국 중앙일보 과학&미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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