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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몬탁 등대

New York

2021.07.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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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탁 등대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승인으로 뉴욕 롱아일랜드 동쪽 끝에 1796년에 완성된 등대이며 오랫동안 그 사명을 지켜온 대서양 Block Island의 해협을 왕래하는 선박들의 항로를 지켜 왔다. 특히 새해 아침 해돋이의 명소로 유명한 랜드마크다. 뉴욕에 거주하는 우리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로, 또한 이 해역은 미 동부의 어획량이 풍부한 곳이다. 철 따라 들고 나는 수십 종의 어종과 특종 상어, 새치, 참치 토너먼트를 위한 꾼들이 모이는 항구의 마을로 영화 조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또한 여름의 휴양지로 젊음의 뜨거운 포인트로 주목을 받는다. 역시 낚시의 명소를 빼놓을 수가 없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대구와의 만남을 나섰다. 뉴욕 맨해튼의 뒷마당 롱아일랜드 국도 495를 따라갔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은 감자 농사 지역이었다. 약 36년 전부터인가 감자밭이 서서히 포도밭에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했다. 이유는 젊은 땅이기 때문이란다. 새벽 밤을 새우며 달려왔다. 몬탁 항구에 정박한 바이킹은 3대째 내려오는 선박으로 웬만한 낚시꾼들은 다 기억하는 미 동부 해안의 낚시 선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오늘은 이 배에 승선을 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밤 11시에 도착했다. 잠자는 항구의 밤은 깊어 갔다. 겨울 노숙자들의 차림으로 한두 명씩 꾸역꾸역 모여든다. 동장군이 무색할 모습들, 용감한 사나이들, 혹한 겨울의 고생이지만 즐거움으로 행하는 목적에는 아무 상관이 없나 보다.

바늘을 묶는다. 줄을 멘다. 한겨울 바닷물의 접촉과 결빙 촉감은 고통을 수반하는 극한 작업이다. Last call! 스크루와 파도의 만남은 굉음을 뒤로하며 어둠 속의 물살을 가른다. 모두 행운을 빈다, 대구의 길목을 지켜라! 밤새 쪼그린 새우잠은 꿀맛이었다. 바이킹은 최대 속력으로 질주하지만, 노장의 바이킹은 퇴역 직전의 철갑선이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바이킹 그림자를 물밑에서 두려워했을까, 언젠가는 그들의 Wreck*으로 물밑 어디엔가 퇴역할 것이다.

새벽 3시 40분 속력을 내지만 겨우 9노트이다. Captain Steve Senior가 오늘 공해 상의 대장 임무가 부여됐다. 44명의 모든 것을 책임을 진다. 과연 어디에 닻을 내릴까? Block Island를 가로질러 남동쪽이다. 캄캄하지만 속속 노출되는 세상, 물속의 물고기들이 알까? 무서운 세상이란 것을…. 어디로 가면 숨을 수 있을까?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대구들의 배고픈 틈을 내린다. 길목을 잘 지킨 자들의 수확, 한두 마리씩 걸려온 무리, 하늘을 보고 놀란 물속의 고향을 그리지만 때는 늦은 반항이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은 초조해졌다. 아침 햇살이 바다와 대지를 덮었다. 모두 대구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그들을 불러대지만, 오늘은 덥석 물고 늘어지지 않는 조짐이 불길한 예감을 준다. 해 시계의 바늘이 소리 없이 눈앞에서 머리 위를 지나갔다. 이른 아침의 배고픈 놈만 달려들었다. 겨울을 잊은 겨울, 바람도 파도도 잠잠했다. 그들을 끝내 깨우지를 못했다. 낚시 시작의 꿈은 늘 텅 빈 대박으로 끝나는 낚시의 기본이다. 해 시계는 중천을 넘고 석양의 그늘을 따라 바이킹호는 겨울 속 이변의 일기 속에 멋진 호수의 그림을 그리며 몬탁 등대를 돌았다.

*Wreck: 난파선 또는 물체들을 깊은 바다에 수장해 놓은 고기들의 서식처.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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