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후에도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었던 2020 도교 올림픽 경기가 끝났다. 유례없이 무관중으로 치러졌던 경기여서 세인의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다. 올림픽 중에도 코로나가 도쿄에는 만연했고 참가 선수 중 중간에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을 경기를 마치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다.
나는 이번 올림픽 경기 중 미국 흑인 여자 시몬 바일스(Simone Biles, 24세)가 참가하는 기계체조를 눈여겨보았다. 시몬 바일스는 기계체조 역사상 올림픽과 세계 챔피언십 경기에서 메달을 32개나 딴 전설적인 선수이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었으나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중간에 기권했다. 기계체조 경기는 남자들은 마루, 철봉, 평행봉, 안마, 도마, 링 등 여섯 종목을 겨루고, 여자 선수들은 마루, 이단 평행봉, 도마, 평균대 등 네 종류만 한다. 이들 중에서 한국 남녀 선수가 입상을 한 부분이 도마(跳馬) 부분이다. 먼저 여서정 선수가 이 도마(뜀틀)에서 동메달을 땄고 다음에 신재환(사진)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마루나 철봉 등 다른 경기는 약 50~80초 동안 온갖 공중묘기를 발휘하면서 경기를 마치지만 도마는 아주 짧은 시간에 경기를 끝낸다. 눈 깜작할 사이 곧 3초에서 5초 사이다. 약 20m 거리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서 도마를 짚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몸을 뒤틀며 공중제비를 한 후 사뿐히 안착한다. 몇 초 사이에 공중에서 자기의 기량을 다 발휘하고 안전하게 내려와야 한다. 흥미진진하다. 시작하자마자 곧 끝이 나니 선수나 심판이나 관중이나 모두 숨을 멈추고 집중에 또 집중해야 한다. 양학선 선수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었다. 이번에는 신재환 선수가 해냈다.
결선 마지막 경기에서 신재환의 맞수인 러시아의 아블라진과는 최종 점수가 14.783으로 동수였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의 신재환 선수는 금, 아블라진은 은메달인가?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국제체조 연맹 동점자 규정에 따라서 1, 2차 시기에 점수가 높은 신재환이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한국의 신재환 선수는 그야말로 “깻잎 한장” 차이로 금메달을 확보한 것이다. (중앙일보 8월 4일 자 보도)
세상을 살다 보면 종이 한장 차이로, 아니 간발(間髮) 곧 털끝의 차이, 아주 작은 차이로(영어로 By a hair, by a hair’s breath, by a whisker, by the skin of one’s teeth, by a nose, by a second) 일등 이등뿐 아니라 삶과 죽음이 갈리는 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의 영역 외에 속하는 신의 섭리나 우연만의 일이 아니다. 도마 선수는 4초 동안의 묘기를 다듬기 위해서 하루에 5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치면 하루 1만8000초 동안 연습을 한 것이다. 이 일을 5년 혹은 10년을 꾸준히 해야 메달이 희미하게 보일 것이다. 한 주에 한 편의 수필이나 시를 쓰기 위해서도 날마다 시간을 아끼며 생각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새로운 단어와 숙어를 배우고, 옛것들을 되새김질하며 새롭게 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다. 깻잎 한장의 차이(tiny margin, tiny distance)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 도마 경기를 보며 느꼈다. 다음 올림픽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