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억7000만년 전 쥐라기 바다는 거대한 물고기들의 세상이었으나 이들 물고기는 약 6500만년 전 공룡과 함께 멸종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와 디스커버리 채널이 보도했다. '패키코미폼(pachycormiforms)'으로 분류되는 SUV 자동차 크기의 이들 물고기는 아가미구멍으로 고래처럼 플랑크톤을 걸러 먹었지만 고래와 가까운 유연 관계는 아니었으며 이들이 멸종한 뒤 약 5600만년 전 고래와 상어가 등장할 때까지 해양 생태계는 일종의 진공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오래전 영국에서 발견된 거대 어류 리드식티스의 화석을 미국 캔자스주에서 발견된 거대 어류 보너릭티스의 화석 등과 비교한 결과 이들이 같은 패키코미폼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몸길이는 리드식티스가 9m 보너릭티스는 6m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까지 학자들은 리드식티스가 멸종한 뒤 약 1억년 동안의 화석을 찾지 못해 이것이 고립된 종이었을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최근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잘못 분류되거나 미처 연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던 비슷한 물고기 화석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리드식티스와 같은 종류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이들 물고기가 약 1억년 동안이나 바다를 지배했으나 지구상의 생물 종 가운데 70%가 사라진 6천500만년 전의 `K-T 대멸종사건'을 이겨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해양 포유류나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 돌묵상어 같은 동물들이 등장한 것은 패키코미폼이 생태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라고 밝히고 "이는 오늘날 바다의 생물학적 생산성을 이해하고 이런 생산성이 오랜 세월에 걸쳐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