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숙 기고] '바치다'와 '받치다'
우리말과 글 중에서는 발음 형태는 같거나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낱말이 많이 있다.발음이 ‘바치다’인 낱말에도 ‘바치다’,‘받치다’,‘밭치다’,‘받히다’들이 있다. 물론 이들의 뜻과 용법은 제각기 다르다. 각각 별개의 낱말인 것이다. 그러므로 쓰임새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에 쓰인 ‘바쳤다’의 기본형(으뜸꼴)인 ‘바치다’는 ‘어디에(누구에게) 무엇인가를 내다(내놓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 활용꼴을 예문으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선생님께 ‘바치는’글월
2.그녀는 불우 이웃돕기에 온갖 정성을 ‘바친다’.
3.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영령들에게 참배를 했다.
4.국민이라면 당연히 나라에 세금을 ‘바쳐야’ 한다.
한편 ‘받치다’는 ‘무엇인가의 밑에다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동작을 하다’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아래에서 잡아들다’의 뜻을 가진다.
이해하기 쉽게 예문을 들어보자.
1.책상 다리 밑에다 나무 토막을 ‘받쳐라’.
2.사 밑에다 ㄴ을 ‘받쳐’ 적으면 산이 된단다.
3.글씨를 쓸 때에는 공책 밑에다 책받침을 ‘받치고’ 써야 한다.
4.비를 맞지 말고 우선을 ‘받치고’ 가거라.
또한 ‘밭치다’는 요즘 별로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건더기가 섞인 액체를 체 따위로 걸러 국물만 받아내다’라는 뜻이다.
예문을 들면 ‘콩국을 체로 밭치고 계시는 할머니.’ 혹은 ‘요즘은 체로 막걸리를 밭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받히다’는 ‘받다’의 피동으로 ‘떠받음을 당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철수는 어제 길을 가다가 자전거에 받혀서 다리를 다쳤다.’나 ‘황소에 받히고도 그 아저시는 별로 다친 곳이 없어 보였다.’라고 할 때 쓴다.
이러한 낱말들은 쉽게 구분할 것 같지만 막상 글로 옮겨 쓰다보면 간혹 틀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확한 용례를 통하여 익히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자주 보고 익혀서 확실하게 구별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장태숙(수필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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