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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의 맛세상 -15 사시미] 한인이 즐겨먹는 활어회보다 '이께지메'가 더 감칠 맛

New York

2010.03.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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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미(생선회)란 어쩐지 한국분들 앞에선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음식인 것 같다.

사시미의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옛날 일본 사무라이정권 시대에 오사카 장군이 귀한 손님이 방문하게 되자 조리장에게 최고의 만찬을 준비하라고 했다. 조리장은 실력을 평가 받기 위해 산해진미를 생선회로 올리게 되었다.

그 맛에 너무나 감탄한 손님은 자신이 무슨 회를 먹었는지 궁금한지라 장군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생선의 이름을 잘 몰랐던 장군은 당황하여 조리장에게 부탁하여 설명하게 한 뒤 잘 모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조리장은 장군이 생선 이름을 외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작은 깃발에 생선 이름을 적은 뒤 생선 살에 꽂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일본말로 ‘사시미’란 사스 즉 사시란 ‘말을 찌르다’, ‘미’ 는 살코기 즉 몸살을 의미하기에 ‘살에 찌르다’를 뜻한다.

이께지메의 감칠맛=회는 ‘이께지메’와 ‘노지메’로 구별한다. 노지메는 생선이 자연적으로 죽게 된 것이며, 이께지메는 생선을 잡아 올린 순간, 즉시 송곳으로 연수를 찌른 뒤 아가미의 대동맥과 꼬리에 칼집을 넣으면 심장의 박동으로 몸 안에 피가 빠지게 된다. 몸 속에 있는 피는 생선을 비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연수를 통해 기다란 송곳으로 척추 신경을 뚫어낸다. 생선이 자연적으로 죽으면 죽는 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생선살을 무르게하기 때문에 이렇게 척추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리면 죽고난 뒤에도 한참 동안 아주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께지메 생선은 자기의 홈그라운드에서 놀던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있을 때 바로 죽이게 되면 생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맛을 유지한다. 생선이 죽어가는 과정에 살 속에 있는 유산이 단백질과 붙어서 유산 단백질이 된다.

이것이 살을 단단하게 만들고 살아있을 때 약간의 알칼리성을 가진 생선살이 죽어서 살의 경직이 시작되면 유산 때문에 살은 산성으로 변화된다.

이때 인간의 혀는 아주 조금의 산성이 있으면 맛있다고 느낀다. 이 상태가 되면 생선의 진정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걸 바로 숙성시킨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미식가들은 이께지메 생선이 활어회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 이유다.

일본 고급 초밥이나 카이세키 요릿집에 가면 이께지메 생선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먹으면 쫄깃쫄깃 하지만 그 생선의 특유의 감칠맛을 느끼기가 쉽지않다.

즐기는 법=대부분 횟집에선 초고추장에 쌈장 그리고 분말 와사비 등을 서브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심플한 와사비다. 분말 와사비가 아닌 혼와사비 즉 진짜 와사비를 말한다.

문제는 진짜 와사비는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뿐더러 비싸고 보존시간이 얼마가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집에서 쉽게 접하긴 좀 무리다.

그래서 고급 일본 수퍼마켓에 가면 구할수 있는 냉동 와사비를 추천한다. 물론 이 와사비도 100퍼센트 와사비는 아니지만 분말 와사비와는 질이 달라서 한번쯤은 경험해보시기를.

또 이런 생와사비를 시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간장에 타지 말 것! 프레시 와사비는 간장에 섞으면 그 독특한 향기와 맛이 죽는다. 생선을 간장에 살짝 담근 뒤 그 위에 와사비를 따로 얹어 곁들어 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간장이다. 아쉽지만 사시미란 요리가 아무래도 일본에서 온 문화이다 보니 아쉽지만 한국 간장보단 왜간장이 더 잘 어울린다. 이보다 좀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면 사시미 간장을 만드는 것이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알코올을 날린 사케 5%, 미림 5%을 왜간장 100%와 섞는다. 즉 110% 액체를 다시마를 넣고 한번 살짝 끓인 뒤 약한 불에 가스오부시 즉 가다랭이포를 듬뿍 넣고 아주 약하게 살짝 끓인 후 떠오르는 거품(불순물)을 제거한 뒤 불을 끄고 식을 때까지 두었다가 쓴다.

사케 궁합=생선회와 가장 잘어울리는 술은 차갑게 마시는 사케 종류이다. 준마이계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고 와인으로는 드라이하지만 산뜻한 산미를 가진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이 활어와 궁합이 대체로 잘 맞는다.

주언 생각=물론 이케지메 생선은 가격도 비쌀 뿐더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마켓에서 가장 신선한 활어를 그냥 목과 꼬리만 따달라고 한 뒤 집에 와서 직접 회를 떠보는 것이다.

이번 주엔 기호에 맞는 양념장을 구해 가까운 친구들이나 식구들과 봄맞이 회 파티를 조촐하게 열어 솜씨를 뽐내보는게 어떤가 한다.

[email protected]

▶김주언씨는 요리학교 CIA 졸업 후 노부와 크리스털 크루즈, 불레이를 거쳐 현재 뉴욕의 톱 프랑스 레스토랑 ‘퍼세(Per Se)’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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