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청소년 마약] "부모에 대한 반항심으로 마약에 손대"
마약중독 학생·학부모 인터뷰
다시 빠질까봐 두려워…친구와 맥주 한잔 못해
"지금은 마약에 전혀 손대지 않아요. 하지만 여전히 마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마약의 맛을 그리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해요. 다시 마약을 시작할까봐 두려워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편하게 못마셔요."
초등학생 때 마약을 시작했다는 대학 1년생 케시 이양. 그는 엄격한 집안 분위기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이 생기면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한인학생과 함께 마리화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마약을 하는 친구들과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통했어요. 그들과 있으면 너무 편하고… 다른 친구들과 있으면 어색하고 답답해 다시 마약하는 무리로 돌아오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더 더욱 마약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됐죠."
물론 부작용이 컸다. 정신도 몸도 피폐해졌다.
필로폰 사용으로 치아와 잇몸은 흐물흐물 해졌고 팔뚝은 주사바늘 자국으로 엉망이 됐다. 또 마약을 흡입하면서 코가 헐어 코피를 자주 쏟았다.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몸은 앙상하게 말라있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다.
그런 이양이 마약을 끊게 된 것은 항상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준 한 재활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부터다.
"지금은 마약을 끊게 해준 그 기관에서 주 2~3회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대학에서도 심리학이나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재활기관에 취업하고 싶어요. 취업해서 저처럼 마약중독에서 쉽게 나오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는 제 꿈을 이루고 싶어요"
이양은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재활기관에 가야할 시간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사례 2, 존 김(17세)
부모 "공부 잘해 놔뒀더니"…학생 "경찰에 걸린게 다행"
"돈버는 것만 급급해 아이가 마약을 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
마약에 중독됐다 재활의 삶을 살고 있는 존 김의 어머니 제니 김씨는 "1년전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체포됐다는 전화를 받고 세상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뒤집혀 버린 것 같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바쁜 이민생활을 살다보면 …(목메임) 아이 성적이 우수하면…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안 쓰게 되잖아요. 잘하려니 하고 그게 화근이 될 줄 몰랐어요. 게다가 미국 교육시스템은 최고라는 믿음에…더…(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존 김의 부모는 다수의 한인 부모들이 그렇듯 이민 1세로 치열한 이민생활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바쁘고 성실하게 일하는 맞벌이 부부다.
아버지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어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로 아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 전형적인 한인 가장이다.
또 김군의 어머니 김씨는 직장과 신앙생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데다 성적 나쁜 동생에게 더 많은 정성을 들이면서 김군에게는 자연스레 소홀하게 됐다고 한다.
김 군은 14살 때 처음 호기심으로 마리화나를 시작 엑스타시와 필로폰(크리스탈메스) 및 코케인 등에 중독됐다. 이후 마약 판매까지 하다 결국 경찰에 체포돼 집행유예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는 보호감찰관의 감독아래 '약물중독자 모임'에 참석하면서 마약 사용을 중단했다.
그는 마약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뒤처진 학업을 따라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학교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요구하는 마약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고 소변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무작위로 시행되는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고 마약 탐지견을 동반한 경찰이 수시로 학교를 수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12학년인 김군은 지금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번에 대학에 지원해 합격통지서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게 걸린 게 오히려 축복이죠. 마약도 안하게 되고 '대학'이라는 새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이런 증상 보이면 의심을
많은 한인 1세 부모들은 마약에 대한 경험이 없다. 자녀들이 마약을 하더라도 잘 모르는 이유다. 마약 치료 및 재활기관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일 경우 자녀의 마약 사용을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평소에 내성적이던 자녀가 갑자기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도 하다가 혹은 갑자기 우울한 상태로 급변할 경우.
- 게을러져 방이 지저분해지고 종종 폭식이나 하루 종일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
- 판단력이 저하되고 기억력이 감퇴되며 눈이 계속 충혈되거나 오한 구토와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는 경우.
- 몸을 주체할 수 없이 비틀거리거나 땀을 많이 흘리고 떨어진 물건을 집지 못하거나 우울증 수면장애 극심한 초조한 증세가 있는 경우.
- 일주일 사이에 체중이 10파운드 이상 급감한 경우.
- 몸에서 풀이 탄 냄새가 나거나 팔뚝에 주사바늘 자국이 보이거나 또는 잦은 코피 감기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콧물을 항상 달고 있는 경우.
- 피부탄력이 저하되고 눈 주위가 검고 입술을 떨고 적대감이나 과도한 의심 증세를 보이는 경우.
많이 사용하는 마약 종류
▷마리화나
청키, 위드, 쫄, 허브 등으로 불리우는 마리화나는 대마를 말려 가루형태일 경우는 녹차가루와 바슷하다. 작은 지퍼 백에 넣어서 팔리며 쑥 태우는 냄새와 흡사하다.
▷엑스타시(Ecstasy)
'E', 'X', 러브 도브스, 아담 등으로도 불리우는 엑스타시는 복용했을 때에는 4~6시간 정도 황홀경을 느낄 수 있으며 기분이 몽롱하고 성적인 욕구가 일어나기도 한다.
▷필로폰(크리스탈 메스)
스피드, 아이스, 튜익, 메스, 크렌크, 크리스탈, 글라스, 빌리 등으로 불리운다. 여러 화학 물질을 합성하여 제조한 약물로 장기간 사용시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소금과 같은 하얀 가루로 작은 비닐 백에 넣어서 판매되고 있다.
▷코케인
콕, 찰리, 스노우, 락, 크랙 등으로 불리운다. 흥분제로 뇌에 영향을 미쳐 흥분을 부추기는 약물. 코케인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주로 코케인과 다른 약물을 섞어서 만든 크랙 코케인이 주를 이룬다. 색깔은 흰색과 옅은 미색.
진성철 기자, 제공: DEA 나눔선교회,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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