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사라, 역사를 바꾼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그로부터 다시 13년의 세월이 흘러 아브라함의 나이 99세가 되었을 때 하나님은 다음 해에 사라가 아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러나 아흔 살이 되어 이미 경수(經水)가 끊어진 사라의 메마른 몸에서 생명 잉태가 가능하긴 한 걸까?
그러나 1년이 지난 뒤 그 예언과 같은 말씀은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아브라함의 적자인 이삭('웃음'이라는 뜻)이 태어났으니 이때부터 사라와 하갈 사이에는 시기와 질투의 불꽃 튀는 갈등이 일어났다. 비록 사라의 몸종이었지만 사라의 요청에 의해 떡하니 대를 이을 남자 아이를 낳고서 하갈은 안주인 노릇을 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여종의 아이 또한 주인의 아이인 것을. 이렇듯 세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복잡 미묘한 분란과 갈등으로 아브라함의 장막은 편안한 날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사라의 분노가 폭발하는 사건이 생겼으니 이스마엘이 동생 이삭을 데리고 놀리는 것을 사라가 본 것이다. 이삭을 보호하려는 모성애 때문이었을까 불같이 화를 내면서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당장 그 여종과 그 아들을 쫓아내라고 닦달을 하자 아브라함은 하는 수 없이 떡과 물 한 가죽부대를 하갈의 어깨에 메어 주고 이스마엘과 함께 광야로 내어 보내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이 두 여인의 갈등이 현재까지 중동 분쟁의 단초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적자주의와 이스라엘을 제외한 여러 아랍국가의 장자주의에 근거하여 중동지역의 패권을 놓고 두 진영이 서로 격돌하고 있으니 그 분쟁의 뿌리는 너무나 깊이 내렸다. 북극에서 퍼덕거리는 나비의 날개 짓이 남극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나비 효과처럼 아브라함의 실수와 두 여인 사이의 갈등이 3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언행을 늘 하나님과 역사 앞에 두고 물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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