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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패션모델' 서희경, LPGA투어 신데렐라 되다

Los Angeles

2010.03.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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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에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서희경(23)이 28일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 코스타리조트&스파골프장(파72ㆍ6625야드)에서 막을 내린 기아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치며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J골프의 스폰서 초청을 받아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서희경은 최종일 4라운드 경기에서 2타를 줄이며 정상에 올랐다. 서희경의 우승은 LPGA 투어 사상 비회원으론 19번째이며 2006년 10월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홍진주(27)가 정상에 오른 이후 스폰서 초청 선수로 정상에 오른 첫 케이스다. 서희경은 지난해 LPGA 대회에 다섯 번 출전해 SBS 오픈에서 15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고 기아 클래식 출전이 여섯 번째다.

서희경의 승리는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준비된 승리이기도 하다. 서희경은 지난해 한국 무대에서 5승을 올리며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석권하며 신지애(21) 이후 최강의 자리를 굳혀왔다. 지난 3월22일 발표된 세계랭킹도 38위를 기록하며 언제든 세계무대에서 '사고'를 칠 기대주로 꼽혀왔다.

아버지 서용환씨(52)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채를 잡은 서희경은 2005년 KLPGA에 입회했고 2007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7년 우승은 없었지만 상금랭킹 9위로 가능성을 보인 서희경은 2008년 5승을 거두며 신지애와 막판까지 상금왕을 다툴만큼 급성장했다. 2009년엔 5승을 거둔 것 중 3승이 메이저대회에서 올려 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희경은 2010시즌 KLPGA 개막전인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유소연에게 져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더 큰 무대 우승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서희경은 기아 클래식 우승으로 올해부터 LPGA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며 내년에도 풀시드권을 갖게 된다. 172cm의 훤칠한 키로 라운드마다 맵시있는 복장을 선보여 '필드의 패션모델'로도 불리는 서희경은 이번 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단독 선두로 나선 후 영어 인터뷰까지 무리없이 치러 LPGA 진출에 어떤 걸림돌로 없는 상태다.

한편 서희경은 4월1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도 KLPGA 투어 상금 1위 자격으로 출전 내친김에 2연승에 도전한다.

라 코스타리조트&스파(칼스배드)= 김문호 기자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서희경 우승 인터뷰

여유있는 우승이었다. 3라운드를 마치고 이미 2위에 5타나 앞서 있던 서희경은 28일 4라운드에서도 2타를 줄이며 단독 2위 박인비에 6타 앞선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차분히 파 퍼팅을 성공시킨 서희경은 두 팔을 들어 올려 활짝 웃으며 LPGA 투어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다음은 서희경과의 일문일답이다.

-오늘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땠는가.

"샷은 나흘 경기 중 제일 불안했다. 그래서 마지막엔 해저드에 볼도 빠트렸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온 안된 것 치고는 칩 인 버디가 두 개가 나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잘 된 샷은 어떤 것이었나.

"퍼팅이 잘됐다. 나가기 전에는 불안불안 했는데 1번홀 보기 후 바로 감을 찾았고 자신있게 했다."

-우승 소감은.

"꿈 꿔왔던 일이 이렇게 실제로 일어나니까 얼떨떨하다. 아무생각 없다. 꿈을 꾸는 듯 하다."

-LPGA 첫 우승을 빨리 한 것 같다. 예상했나.

"지난해 경험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우승까지 이어질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막상 우승하니까 너무 기쁘다."

-우승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4라운드 중 어디였나.

"3라운드에 타수 줄인 게 컸다."

-한국에서 한 단계 성장했을 때 신지애의 도움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이번 대회 때 얘기 좀 나눴나.

"각자 연습에 몰두하느라 잘 마주치지 못했다. 아쉽다."

-LPGA 투어에 바로 뛰어 들 생각이 있나.

"이제 경기가 막 끝났고 또 다음 주엔 나비스코대회도 있다.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에도 대회가 많기 때문에 일단 한국에서 올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생각해 보겠다."

-다음 주 나비스코 대회 예상은 어떤가.

"지난해 컷오프됐기 때문에 이번엔 통과가 목표다. 이번 주에 잘 했다고 해서 다음주에도 잘하리란 보장은 없다. 남은 기간 동안 샷 점검도 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

-필드의 패션 모델이란 별명이 있는데.

"LPGA엔 스타들도 많고 또 예쁜 선수들이 많아 끼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도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

-보완할 점이 있다면.

"체력이 달려서 후반에 샷이 많이 흔들렸다. 체력훈련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고 훅이 나는 것도 잡아야 한다."

이모저모

○…서희경이 14번홀에서 티샷을 두 번하는 진기한 상황이 있었다. 서희경이 티샷한 공이 공중을 날다가 그만 전기줄에 걸려 떨어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서희경은 벌타 없이 티샷을 다시 했고 기분좋게 버디까지 낚았다.

○…서희경의 아버지 서용환씨와 어머니 이숭아씨가 4라운드 내내 딸의 우승을 기원하며 조용한 응원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이씨는 주머니에 묵주를 넣고 위기 때마다 조용히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서씨도 매홀을 따라 다니며 숨을 죽였지만 파5 8번홀에서 8m 가량되는 거리에서 칩 인 버디를 성공시키자 지인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하기도 했다.

○…미셸 위가 또 다시 룰 위반으로 2벌타를 받자 기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미셸 위가 18번홀을 끝내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들어 오자 기자들은 대회 1등을 차지한 서희경을 인터뷰하기보다 미셸 위의 멘트를 얻기 위해 더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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