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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른말] '저리다'와 '절이다'

Los Angeles

2000.03.10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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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해서 써야하는 낱말 중에 ‘저리다’와 ‘절이다’가 있다.

둘 다 발음은 ‘저리다’로 똑같다.

그러나 그 의미와 쓰임새는 전혀 다르다.

먼저, ‘저리다’는 ‘피가 잘 돌지 못하여 살이나 뼈마디가 힘이 없고 감각이 둔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살이나 뼈마디가 오래 눌려 있었다거나 혹은, 병으로 인해 손발에 감각이 둔할 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저리다’이다.

예문을 들어보면 ‘오래 쭈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서니 다리가 저렸다.’,‘우리 어머니는 신경통 때문에 팔다리가 저리고 아프십니다.’,‘팔베개를 했더니 팔이 저려서 혼났다.’라고 쓸 수 있다.

예문에 든 ‘저렸다’,‘저리고’,‘저려서’ 등은 ‘저리다’의 활용형이다.

반면에 ‘절이다’는 ‘소금기(염분)를 먹여서 절게 하다’를 뜻한다.

‘물체에 소금기가 속속들이 배어들다’를 뜻하는 ‘절다’에서 파생된 사동사(움직씨)이다. 이것은 타동사이기 때문에 목적어(부림말)를 선택하여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아주머니께서 김치를 담그려고 배추를 절였다.’나 ‘언니가 생선을 절였다.’ 처럼 ‘절였다’ 앞에 ‘배추를∼’,‘생선을∼’ 같은 목적어가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절였다’는 ‘저리었다’의 준말이다.

또 하나, ‘절이다’는 그 앞에 목적어와 함께 ‘∼에’ 성분을 가지기도 한다.

가령, ‘어머니가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라든가 ‘나리야, 고등어는 소금에 절여라.’라고 쓴다.

그 밖에 ‘절이다’를 활용한 예문으로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구웠어요.’,‘소금에 잘 절인 배추로 김치를 담가야지.’,‘한물 간 생선은 소금에 절여도 맛이 없다.’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절이다’는 ‘그것을 소금에 절여라.’ 처럼 사역(시킴)을 나타내는 ‘절여라’의 행태가 가능하지만, ‘저리다’의 경우는 ‘저려라’라는 형태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저리다’와 ‘절이다’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활용에서도 차이가 나므로 잘 골라써서 사용해야 한다.

장태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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