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중·고등학교에 조기 유학생 급증
경제침체로 아시아권 부유층 자녀 모시기 경쟁
현지 투어·교육박람회 참가 등 공격적 마케팅
매릴랜드 주의 한 교외에 위치한 불리스 학교에 재학중인 딕시 우(Dixi Wu)라는 중국 출신 여학생은 외국 학생에 눈을 돌리는 미국 사립 학교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올해 15살인 우는 "처음에는 지구의 반 바퀴 건너편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양은 이 학교 교장인 톰 파쿠허와 인터뷰를 통해 불안감을 덜어내고 미국 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파쿠허 교장은 지난 해 외국 학생 유치를 위해 처음으로 중국 투어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에서 자식을 교육 시키고 싶은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미국의 사립 학교들이 학비 전액을 부담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의 부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입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지 신문 등에 학교 광고를 내고 학교의 웹사이트를 중국어 등 아시아 국가의 언어로 재단장하는 일도 흔하다. 그런가 하면 에이전트들이 주최하는 현지 교육박람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유학생들을 위해 학교 커리큘럼을 손질하기도 한다.
우양의 경우는 부모가 모두 중국의 통신업체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는데 학비와 주거비를 합해 연간 4만 달러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많은 미국 제품이 국제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지만 미국 학교 졸업장만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의 대학교에 재학중인 유학생 수는 65만 가량으로 연간 18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유학생 교육 시장이 형성돼 있다. 또 보통 1년짜리인 교환학생이나 단기 어학연수를 제외하고도 미국의 초 중고등학교에만 3만5000명 가량의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리스 학교는 파쿠허 교장 등의 적극적인 외국 학생 유치 활동으로 지난해 7명의 중국인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시아권 학생들의 미국 선호는 한편으로는 자국에서의 극심한 경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이 그런 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한국의 경우 최근 미국의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숫자가 줄고 있는 대신 중국과 베트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은 재정적으로 아시아의 학부모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서구 국가의 학위를 가지면 직업 시장에서 크게 유리하기 때문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출신의 조기 유학생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UCLA의 사회학자인 민주(Min Zhou)는 "중국에서는 국가 대학 입학 시험에 한번 떨어지면 인생이 그 것으로 끝이다"라며 중국 학부모들이 자녀를 미국에 보내려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어권 국가의 학교들 사이에서는 아시아 학생 끌어들이기 경쟁 양상도 나타난다. 캐나다의 사립 학교 등은 최근 공동으로 외국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호주는 아예 외국 출신 학생들을 관장하는 중앙 정부의 기구를 만들기 까지 했다. 이런 덕분에 호주의 경우 외국 학생 유치로 인한 수입이 관광 수입을 능가할 정도가 돼버렸다.
호주나 캐나다에 뒤질세라 최근 공격적으로 학교 마케팅을 벌인 까닭에 미국의 몇몇 학교들은 외국 출신 학생의 숫자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메릴랜드 주 록빌에 있는 몬트로즈 크리스쳔 스쿨은 외국 학생 숫자가 지난해 30명에서 44명으로 늘었다. 또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의 폴 6세 가톨릭 고등학교는 5년 전 13명에 불과하던 유학생이 지난해에는 31명으로 증가했다.
역시 버지니아 주 비에나에 소재한 페어팩스 크리스쳔 스쿨의 경우 고등학생은 절반 넘게 유학생이다. 또 중학생은 약 1/4이 외국 출신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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