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안전장치 선택을 사실상 제한한 자동차업체에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자동차 제품 안내서에는 다양한 안전장치 이름이 있지만 대부분 낯선 영어 약자여서 '에어백' 말고는 쉽게 이해되는 것이 별로 없다. 자동차 안전장치와 용어에 대해 알아본다.
자동차 안전장치는 크게 예방안전장치와 충돌안전장치로 나뉜다. 예방안전장치는 사고 발생 전에 작동해 탑승자의 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으로 '능동형 안전장치'(Active Safety System)로도 불린다. 충돌안전장치는 사고발생 후 작동하는 것으로 '수동형 안전장치'(Passive Safety System)라고도 한다.
◇예방안전장치
주로 고급 차량에 달려 있다. 대표적인 장치가 '차량 자세 제어장치'다.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이하 핸들)을 조작하거나 굽은 도로를 주행할 때 운전자가 차량에 대한 방향조정 능력을 잃지 않으면서 차선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자동차 회사마다 붙이는 이름이 다양하다.
'차량자세제어장치'의 원리는 이렇다. 자동차에 장착된 각종 센서가 운전자가 의도한 진행 방향과 실제 진행 방향을 비교한다. 두 진행 방향이 다를 경우 운전자가 꺾은 핸들 각도보다 차가 더 적게 회전하는'언더스티어링(understeering)'현상이나 반대로 운전자가 꺾은 핸들각도보다 더 크게 회전하는'오버스티어링(oversteering)'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차량이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뒤집어질 수 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차량자세제어장치'가 엔진의 출력을 감소시켜 차체를 안정시키고 자동차 바퀴를 제어해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진행하도록 도와준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이 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사고율은 장착되지 않은 차에 비해 30% 가량 낮다.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ㆍLane Departure Warning System)은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는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려줘 사고를 방지하는 장치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벗어나면 경보음을 낸다. 차선은 자동차에 부착된 카메라가 전방을 촬영하고 이를 분석해 찾아낸다. 좀 더 고급스런 시스템은 중앙차선과 일반차선을 색으로 구분해 알려주기도 한다.
'조향 연동 주차안내시스템'(PGSㆍParking Guide System)은 핸들 방향과 연동해 후진할 때 예상 진행 경로를 표시해 준다. 핸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와 전ㆍ후방 카메라를 이용해 바퀴의 예상 궤적을 표시해 사고를 막고 주차를 편리하게 도와준다. '후방카메라'보다 한단계 앞선 기술이다.
시속 30km이하의 저속으로 운전할 때 앞차와의 충돌 위험을 감지해 스스로 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서는 '저속 충돌 방지 시스템'도 있다. 차량 앞 부분에 있는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조절한다. 추돌 사고의 대부분이 시내 주행 중 시속 30km 이하에서 생긴다는 것에 착안한 장치로 이를 개발한 볼보(Volvo)는 이 장치에 '도시 안전'(시티 세이프티)'이란 이름을 붙였다.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것을 막아주는 '바퀴 잠금 방지 제동장치'(ABSㆍAnti-lock Brake System)와 급정차시 차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주는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EBDㆍElectronic Brake-force Distribution)도 빼놓을 수 없다. EBD는 일반적으로'EBD-ABS'란 이름으로 ABS와 함께 장착된다.
◇충돌안전장치
가장 기본적인 충돌안전장치는 자동차 차체 그 자체이다. 충돌할 때 발생하는 힘을 차체구조가 얼마나 흡수하고 분산하느냐에 따라 탑승자의 안전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흔히 차가 단단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충격은 흡수하면서도 승객의 생존공간은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의 앞ㆍ뒤 부분은 충돌시 힘을 흡수하며 부서지는 공간(크러셔블 존ㆍCrushable Zone)으로 사람이 타는 부분은 충격을 최소화하는 공간(세이프티 존ㆍSafety zone)으로 만든다. 이른바 '존 바디(Zone Body)' 구조다. 측면 충돌 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문에는'사이드 임팩트 바(Side Impact Bar)'로 불리는 보강재를 넣는다.
안전벨트ㆍ에어백은 대표적인 충돌안전장치다. 그 중에서도 안전벨트는 가장 중요하다. 에어백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면 'SRS Airbag'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보조구속(안전)장치(Supplementary Restraint System)라는 뜻이다. 에어백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하다 하더라도 안전벨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고 단지 '보조'만 한다는 뜻이다. 안전벨트는 사고시 몸을 좌석에 밀착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머리나 무릎은 운전대 등에 부딪힐 수 있어 에어백은 이런 부위까지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안전벨트는 충돌시 짧은 순간에 여러 기능을 한다. 우선 먼저 '프리텐셔너'(pretensioner) 기능이 안전벨트를 되감아 승객을 좌석에 밀착시켜준다. 하지만 잡아다니는 힘이 크면 승객이 다칠 수 있어 일정 수준 힘 이상으로 잡아당기지 못하게 하는 '포스 리미터(Force Limiter)도 작동한다.
에어백은 최근 운전자ㆍ동승석 뿐 아니라 측면ㆍ무릎 부위 등까지 장착 위치가 늘고 있다. '사이드 에어백'은 측면 충돌 때 승객의 허리나 가슴을 보호하며 '커튼 에어백'은 창문에 커튼모양으로 펼쳐지며 머리를 보호한다. 일반적으로 '사이드앤커튼 에어백'으로 함께 선택사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에어백은 충돌시 발생하는 힘만을 인식해 폭발ㆍ팽창했으나 어린이 사고 등이 이어지자 진화된 에어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 에어백(Smart Airbag)'은 탑승자의 위치까지 감지해 팽창 정도를 조절한다. 가장 앞선 형태로 평가받는 '기능향상 에어백'(Advanced Airbag)은 탑승 위치뿐 아니라 무게까지 감지해 팽창을 조절한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최근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결합한 '부풀어 오르는 안전벨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존 안전 벨트보다 몸을 덮는 면적이 넓어 충격을 분산시키고 특히 가슴 부분의 압력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