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가롯 유다, 배신의 입맞춤을 한 제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예수께서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던 때에 그들은 한결같이 현장에서 도망가거나 그가 자신들의 스승이심을 부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가롯 유다는 배신을 넘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그 일을 실행에 옮겼으니 그것은 스승 예수님을 은 30개를 받고서 제사장과 장로들에게 팔았다는 점이다. 신약성서는 그가 왜 예수님을 배반했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예수님 당시 스스로를 메시아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스라엘의 주권과 영토 회복을 외치면서 요단강을 건너 광야로 민중들을 이끌고 가다가 로마군대에 의해 괴멸된 사건이 종종 발생하였다. 아마도 가롯 유다는 다분히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메시아사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예수님을 그런 종류의 메시아로 인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결국 예수님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은 자신이 바란 메시아상에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은 너무나 멀었기 때문이리라.
이 땅에서의 마지막이 가까움을 아신 예수님은 11제자를 데리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기도하러 가셨다. 그 현장에 유다의 선도로 제사장과 장로들이 보낸 많은 사람들이 횃불로 길 밝히며 검과 몽둥이를 들고 당도하였다. 한밤중인지라 가롯 유다는 입맞춤으로 누가 예수님인지를 알려 주었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린 가롯 유다는 죄 없는 스승 판 것을 번민하여 제사장과 장로들에게 은 30을 돌려주면서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고 외쳤다. 제사장들은 그에게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네가 당하라"고 대꾸하였다. 그래서 유다는 은을 성소에 던져놓고 나가서 목매어 죽었다. 참으로 불행한 죽음이었다.
그날 밤 가롯 유다가 예수께 한 그 입맞춤이 예수님과 자신의 죽음의 전주곡이 될 줄이야. 한 죽음은 인류를 위한 의로운 죽음이요 다른 한 죽음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이 낳은 불행한 죽음이었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늘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죽음이 놓여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것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가 숙고해야할 화두(話頭)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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