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여기자의 창] 아내의 용서

Los Angeles

2010.04.11 18: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타이거 우즈가 필드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로 불거진 섹스 스캔들 이후 5개월만의 복귀다. 특유의 환한 미소도 지었다. 그가 앞으로 골프황제로서의 옛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닥까지 추락한 후 재기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즈가 매스터스 대회를 통해 복귀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사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의 우승 여부라기 보다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골프팬들 앞에 나타날까 하는 것이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일부 팬들의 사인 요청에 거의 응하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대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우승을 몇 번 했나 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자신의 실수로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보답하며 살고 싶다"는 고백도 했다.

그의 말을 물의를 일으킨 후 복귀하는 스타들의 모범답안성 발언으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고백을 하는 우즈의 얼굴 표정은 진심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런 말을 하면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돌을 맞을지도 모르지만 5개월전 우즈의 섹스 스캔들로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아쉽기도 하고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다. 왜 당사자인 우즈의 부인은 입을 꽉 다물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부부간의 문제인데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가 세기의 난봉꾼으로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왜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은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 아내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번 통크게 봐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이건 부부간의 문제이고 자신이 몹시 상처를 받았지만 우리끼리 해결해보려고 하니 잠시 세간의 관심은 접어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면 비록 나중에 이혼을 결정한다해도 남편을 지켜주려고 한 아내에 대해 그 남편은 당연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크게 신세를 졌으니 앞으로는 정말 잘하려고 노력할 가능성도 훨씬 높다.

그런 점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고 생각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혼외정사로 탄핵위기에 몰렸을 때 그녀는 남편을 죽여버리고 싶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남편을 옹호했다.

그것이 그녀의 정치적 야심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였건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딸의 아버지를 용서했고 결과적으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려졌던 결혼생활의 위기를 넘기며 깨질 뻔한 부부관계를 축복받은 우정의 관계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아이들의 아빠가 한 실수라면 한번은 봐주는 마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참된 부부는 세월의 시련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시련을 넘기다보면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이 부부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무촌이 될 수 있다.

살면서 몸으로 배운 것이 있다. 성질대로 하면 지금 당장은 속이 편할지 모르지만 십중팔구 나중에 후회하고 만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배운 것이 있다. 서로 좀 너그럽게 봐주고 살면 나중에 보람있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내 마음도 편해진다는 것을.

신복례/편집부 차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