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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빈틈 없는 40세(김병지), 헐거워진 37세(이운재)

Los Angeles

2010.04.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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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이운재 걱정하는 허정무호
K리그 0점대 실점 김병지에게 관심
김병지(40.경남.사진 위)와 이운재(37.수원.사진 아래)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라이벌이다. 김병지는 이미 마흔 줄에 접어들었다. 이운재도 30대 후반이다. 이미 은퇴해 소주잔을 앞에 두고 추억을 회고할 나이지만 둘 사이의 경쟁 혹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현태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춘천을 찾아 K-리그 강원과 경남의 경기를 관전했다. 김병지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김병지는 한동안 대표팀에서 버려진 카드였다. 대표팀이 다시 김병지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이운재의 부진 때문이다.

2007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1년 넘게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이운재가 복귀한 후 대표팀은 안정감을 찾았다. 지난해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할 때도 이운재는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 K-리그에서 이운재는 6경기에서 14골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4일 FC 서울과 라이벌전에서는 8분 동안 3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메시(아르헨티나)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상대해야 하는 월드컵에서 이운재가 한국의 최후방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반면 김병지는 7경기에서 불과 6골만 허용했다. 골키퍼의 꿈의 기록인 0점대 실점률이다.

김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남의 2-1 승리를 지켜낸 김병지는 "난 몸무게도 경기력도 마인드도 예전과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운재의 최대 약점인 체중 문제를 건드리며 월드컵 출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최근 이운재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둔해졌다. 전문가의 의견은 일반인과 똑같다. 체중이 문제다. 이운재의 체중은 축구협회 공식 자료에 90㎏으로 표시돼 있다. 체중이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김병지는 "20년째 78㎏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냉정히 보면 37세 골키퍼와 40세 골키퍼가 경쟁을 하는 건 한국 축구의 불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광(울산).정성룡(성남) 등 차세대 선수들을 책임져야 할 선수들이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이운재 감각은 김병지= 이운재의 가장 큰 장점은 리더십이다.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할 때 가장 시끄러운 사람이 이운재다. 골문을 지키면서 포백 수비를 향해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수비라인을 조율한다.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이운재가 뒤에 버티고 있으면 수비진이 안정을 찾는다. 정성룡.김영광 등 후배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병지도 수비진을 이끄는 리더십이 좋지만 이운재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이운재는 수비진을 좀 더 편하게 해주면서 리드하는 반면 김병지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지휘한다. 그래서 김병지는 수비진을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K-리그 기록은 김병지가 좋지만 A매치 기록은 이운재가 앞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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