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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디바' 소프라노 홍혜경씨

New York

2010.04.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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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오페라‘라 트라비아타’로 복귀 무대
"어머! 혜이-경 홍! 환타스틱!”

지난 13일 저녁 링컨센터 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50대의 미국인 여성이 오케스트라석에 앉아 프로그램을 펼치더니 캐스트 교체를 알리는 쪽지를 읽은 후 말했다. “게오르규도 좋아하지만, 혜이-경 홍도 잘하지. 오랜만이네!”

원래 24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 복귀할 예정이었던 홍혜경씨는 10여일 앞당겨 자신의 친정, 메트오페라 하우스의 품으로 돌아왔다. 2007년 1월 테너 김우경과 ‘라 트라비아타’에서 호흡을 맞추며 메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 남녀 주역으로 이름을 올린 지 3년여만의 일이다.

2008년 7월 남편(고 한석종 변호사)과 사별한 후 무대를 자제해 온 홍씨는 기품 있고 우아한 비올레타로 분했다. 이브스 아벨이 서곡을 지휘하는 가운데, 메트의 한인 소프라노 1호는 컴백 무대를 비올레타의 파티로 시작했다.

이탈리아 명장 프랑코 제피렐리가 만든 파리의 비올레타 저택에 홍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비극의 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는 파티를 열고 “환영합니다, 친구 여러분!”하며 샴페인과 함께 ‘축배의 노래(Libiamo)’를 불렀다.

1982년 메트오페라 오디션 콩쿠르 우승자로 1984년 메트 무대에 데뷔했던 홍씨의 귀환에는 콩쿠르 선후배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 역의 카리스마 넘치는 바리톤 토마스 햄슨은 81년 콩쿠르 우승자, 귀족 청년 알프레도 역의 제임스 발렌티는 2002년 콩쿠르 우승자로 올 시즌 데뷔하는 신출내기다. 따라서 콩쿠르 출신 트리오의 호흡이 흠잡을 데 없었다. 또 메트코러스인 테너 이주완씨는 비올레타의 시종 역으로 홍씨를 보좌했다.

우아한 연기로 무대를 종횡무진한 홍씨는 1막에서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를 부를 때 약간 불안한 음정을 보였다. 그러나 2막에서 알프레도에게 격정적인 사랑을 호소하는 ‘사랑해줘요, 알프레도(Amami Alfredo)’에서부터 안정세로 들어갔다.

그리고 3막에서 죽음을 앞둔 비올레타가 추억에 잠기며 부르는 아리아 ‘지난 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을 섬세하고 흐느끼듯 불렀다. 이에 청중들은 기다렸다는듯 ‘브라바!’를 연발하며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한인 디바 홍혜경씨의 컴백에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아리아였다. 게오르규의 취소도 아쉽지 않은 만족스러운 오페라의 밤이었다.

홍씨는 24일 오후 8시 30분 다시 비올레타로 등장한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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