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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한류스타' 김시스터즈 김숙자씨 "이민 50년… 김치 없이는 못 살아"

"미군 부대에서 공연할 때마다 출연료 대신 위스키 몇병씩 받았지요. 그러면 어머니가 암상인들에게 연락해서 쌀과 바꾸시곤 했어요. 그때 우린 너무 가난해서 오로지 다음 끼니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1959년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해 눈부시게 활동했던 '원조 한류스타' 김시스터즈의 김숙자(70)씨가 뉴욕에 왔다.

라스베이거스에 살고 있는 김씨는 15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비디오 '환상적인 김시스터즈(The Fabulous Kim Sisters)' 상영회에서 인생역정을 털어놓았다.

"전쟁은 악몽이었죠. 하지만 전쟁이 없었더라면 아버지가 납북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김씨는 뉴욕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벤자민 한씨와의 대화에서 지난날을 돌이켰다. '미국 TV 버라이어티쇼에 나타난 문화적 다양성: 아시아와 라틴계의 문화역사'를 주제로 한 한씨의 논문에서 김시스터즈가 한 챕터로 등장한다.

"오늘 다이너에서 점심을 먹는데 유리창 밖으로 걷는 사람들을 보며 놀랐어요. 라스베이거스는 낮에 인적이 거의 없는 죽은 도시지요"

전성기에 김시스터즈는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과 아메리카나 호텔에서 공연했다. 뉴욕은 45년 전 김숙자씨가 남편 존 보니파지오씨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보니파지오 부부는 올해 결혼 42주년을 맞았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기획했던 작곡가 김해송씨와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 부부는 가족으로 구성된 밴드를 꿈꾸며 자식을 20명 낳기로 계획했다. 이씨는 늘 아기를 가져 열두번 출산했는데 그중 7명만이 살아남았다.

한국전쟁이 터지며 아버지는 납북됐고 어머니는 일곱 자녀와 함께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이난영씨는 암시장에서 외국 음반을 사다가 자식들에게 노래를 외우게했다. 보상으로 바나나 사과 오렌지를 먹으려고 김씨 자녀들은 열심히 노래했다.

1953년 숙자씨와 애자씨 그리고 외삼촌인 작곡가 이봉룡씨의 딸 민자씨로 김시스터스가 구성되어 미 8군에서 데뷔한다.

6년 후 김시스터즈의 라스베이거스 진출을 앞두고 어머니는 '미국엔 자매 그룹이 많으니 살아남으려면 악기도 연주할 줄 알아야한다'고 충고했다. 이때 김시스터즈는 주변의 연주자들로부터 기타 색소폰 트럼펫 벤조 드럼 실로폰 등 악기를 배웠다. 숙자씨는 13개 애자씨와 민자씨는 10개의 악기 연주법을 익혔다.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한국판 드림걸스' 김시스터즈는 에드 설리번쇼 딘 마틴쇼 등에 출연했고 프랭크 시나트라 모리스 슈발리에 마릴린 먼로 등 톱 스타들과도 공연했다. 개런티가 주 400달러에서 1만5000달러까지 치솟으며 대도시와 TV 브라운관을 누볐다. 생활비를 제외한 출연료는 꼬박꼬박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가족에게 송금했다.

"어머니가 '연애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우리는 커피 데이트 신청이 들어와도 꼭 셋이 함께 다녔어요."

70년대 에드 설리번의 후원으로 오빠 동생들로 구성된 김브라더스가 조인하며 6인조로 공연을 지속했다. 애자씨는 80년대에 사망했고 민자씨는 헝가리계 남편과 유럽에서 살고 있다.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지요. 애자는 한식이 그리워서 그만 황달에 걸렸더랬어요. 저는 아직도 아플 때 김치 못먹으면 죽을 것만 같답니다."

김씨는 객석의 요청에 외삼촌 이봉룡씨가 작곡한 '김치 깍두기'를 즉석에서 불러주었다. 현재 회고록을 쓰고 있는 김씨는 영화 제작의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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