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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의 생각] 향방(向方)

Atlanta

2010.04.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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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방(向方)’이란 ‘방향(方向)’과 달리, 움직이는 자신을 중심으로 나아 가면서 수시로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평생 동안 ‘과연 내가 가고 있는 이 향방이 옳은 것일까’하고 의심하며 산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간다면 부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없는 것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상인이라면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특정한 방향을 잡기 어렵다. 또한 경험이 없는 분야의 상품을 파는 상인일 경우엔 사리판단 조차도 힘들 것이다.

상업의 주체는 상인이 아니다. 즉 상인이 사고 파는 것을 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상인에게 파는 사람이 팔겠다고 정해야 하고, 상인으로부터 사는 사람이 사겠다고 정해야 사고 파는 것이 이뤄진다. 상대방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이 상인이라는 말이다.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나침반’이다. 이것이 있으면 모르는 길을 가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나침반이 없던 시기에는 해, 달, 별 등을 보고 나갈 방향을 정했다. 사람들에도 나갈 방향을 알려주는 각자의 나침반이 있다. 상인에게는 ‘규율’이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방향의 기본에 ‘동서남북’(東西南北)이 있듯이 상인의 향방의 기본은 ‘유무고저’(有無高低)다. 일반인들은 가치가 있는 것은 모으고 가치가 없는 것은 버린다. 그러나 상인은 반대로 가치가 높은 것은 팔고, 가치가 낮은 것은 사들인다. 팔고 산다는 뜻의 매매(賣買)라는 단어를 뜯어 보면 이 의미가 명확해진다. 매매는 ‘판다’(賣)를 먼저 쓰고 ‘산다’(買)를 나중에 쓰는데, 상인은 비싸지면 팔고 난 뒤 아무것도 없이 싸지기만을 기다려 다시 사들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한 팔다를 뜻하는 ‘賣’에는 買(사다) 위에 선비 사(士)자가 붙어 있는데 사들인 것에 선비가 연구하듯이 모든 생각을 다해 이윤을 붙여 판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상인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때 생각의 기본이 유무고저다.

물건이 많으면(有) 값은 내려(低) 간다. 풍년 때 쌀값이 폭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물건이 없으면(無) 값은 올라(高) 가는데, 흉년 때 쌀값이 폭등하는 이치다.

월 나라 범려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을 계칙(戒飭)중의 하나로 삼았다. 이는 무엇이 흔하고, 무엇이 귀한 것인지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상인의 향방을 잡아주는 ‘나침반’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유무상통에 정통한 상인이라 해도 알지 못하는 향후의 매매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상인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는 유무고저의 규율을 지키며 향방을 설정하면 크게 다르지 않게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송신철/조지아 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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