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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go Round]다시 살아나는 독수리

김성혜/작가 밀워키 킬번

친지들이 읽어 보라고 보내오는 메일 중에 눈을 끄는 것들이 많다. 지금 막 먹이를 날름 집어 삼키는 도마뱀의 혀, 보름달에 비친 스위스의 눈 덮인 작은 마을, 꽃잎에 붙은 이슬방울 속에 비친 세상… 같은 것들이다. 스팸의 물결, 보내야 하는 청구서 등등으로 가득 찬 메일 속에서 헉헉거리며 바삐 돌아치다가도 화면에 비치는 영상들을 들여다보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주어 고맙다. 나는 부지런히 보내 주지 못해도 계속 보내주는 정성이 나를 정말 미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엊그제 받아본 영상은 독수리의 재생에 관한 것이었다. 독수리는 70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새가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줄 몰랐었다. 어쩌면 새 중에는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 아닐까 싶다.

제 아무리 새들 중에는 가장 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독수리라도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부리와 발톱이 70평생을 가기는 힘든 모양이다. 날개 역시 40년을 쓰고 나면 낡고 닳아서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된다고 한다. 먹이를 잡아야 하는 발톱, 잡아먹어야 하는 부리가 없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으리라. 소위 우리가 말 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고 말 테니까. 게다가 더 이상 날 수 없어진 날개라면 독수리, 아니 새로써는 끝장인 셈이다.

사십이 되면 독수리는 150일 간의 재생의 기간을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섯 달 동안 다른 동물들의 밥이 되지 않기 위해서 독수리는 자신이 날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거기서 자신의 낡은 부리를 쪼아 대 새 부리가 나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발톱 역시 쪼아 대서 새 발톱이 나도록 기다리고 깃털도 다시 털갈이를 한 번 더 한다고 한다. 속털을 가는 그런 변신이 아니고 웅장하고 멋진 바로 그 독수리의 날개 말이다. 그것들을 다 벗어 털어 버리고 새 날개와 부리, 발톱을 얻어 내는데 다섯 달이나 걸린다는 소리다. 그렇게 새로운 변신을 한 후에라야 다시 먹이를 찾아, 아니면 짝을 찾아 하늘을 나는 새 중의 왕 독수리가 다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30년을 더 살 수 있단다.

사람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여섯 살, 일곱 살 때 유치를 영구치로 가는 것 외에는 다시 특별히 갈아 줘야 하는 것이 없다. 머리털이나 손톱은 평생을 계속해 나고 있으니 제때 제때에, 아니면 원하는 때에 잘라 주던지 깎아주면 된다. 그것으로 사람은 한평생 살면 그만이다. 그럴까? 바꿔 줘야 하는 게 없을까?

독수리의 부리, 발톱, 멋진 날개가 독수리의 상징이라면 사람의 상징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역시 사람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가진 두뇌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남자라면 권력, 돈, 힘 따위를 내 세울지도 모르고 여자라면 아름다움을 먼저 찾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것들은 입었다 벗을 수 있는 옷에 불과하고 발가벗겨 놓고 보는 나 자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동물들과는 다른 두뇌에 모든 근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사람도 때에 따라서는 두뇌의 변신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니, 우리는 알고 혹은 모르는 사이 이미 그렇게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차이점은 변신을 얼마나 멋지게 잘하느냐에 달린 게 아닐까? 어떤 이는 화끈 하게 굵은 금을 그으며 멋진 변신을 하는데 비해 어떤 이는 하는 둥 마는 둥,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그런 자세로 ‘숙제는 내일 하지, 뭐…’ 하고 미루기만 하면서 말이다. 우리한테 남아 있는 시간을 ‘그래도 살만한 인생 이었다’ 하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새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독수리처럼 둥지를 틀고 높이 올라 앉아 뼈를 깎는 각고의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러지는 않고 내일로 미루기만 하다가 해지는 그런 인생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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