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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독도는 벌써 잊혀졌는가

정구현/사회부 기자

또 시작이다. 일본의 '독도 망언'이다. 한국도 일본도 아닌 LA에서다.

LA일본총영사관(총영사 주니치 이하라)은 최근 프리웨이 옆 대형 옥외 독도 광고를 게재한 다이아몬드 패밀리 스파 알렉스 조씨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항상 그렇듯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했고 한술 더 떠 "광고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한인사회도 항상 그래왔듯 분노했다. 한인회를 비롯한 대표단체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을 비난했고 15일 일본영사관앞에서 시위도 벌였다. 당장이라도 일본총영사관을 결단 낼 태세였다.

그리고 열흘이 지났다.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아우성만으로 그치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독도는 한인사회에서 사라졌다. 침몰한 천안함 인양작업에 묻혔고 한달 남은 한인회장 선거에 관심을 빼앗겼다.

덕분에 "강력 대응하겠다"던 총영사관은 립서비스만으로 슬쩍 넘어갈 수 있게됐다. 하긴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수도 있다. 재외국민이 일본정부로부터 협박 아닌 협박을 당했는데도 말이다.

반대로 일본총영사관은 이번 사태로 실속을 톡톡히 챙겼다. 그들 입장에서 보는면 그저 '편지 한장' 보냈더니 한인사회가 독도 영유권 분쟁 사실을 알아서 홍보해주고 알아서 입을 닫아 주기까지 했다.

이미 그들의 노림수에 놀아난 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LA 뿐만 아니라 뉴욕 등 미주전역에서 한인들의 독도 홍보광고가 쏟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이번 항의 편지는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 편지 한장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볼 수 있다는 '학습효과'까지 얻은 마당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또 다시 일본에게 놀아나지 않으려면 그들을 소름돋게 만들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미국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미주재외공관과 한인들의 역할은 더없이 크다.

우선 우리 정부를 대표하는 총영사관에 몇가지 제안을 할까 한다. '독도대책반'을 가동중이라고 했지만 '조용하기만 한' 외교만 고집하다 혹시 모를 수 있겠다 싶어서다.

교육 지원이 가장 먼저다. 2세들을 대상으로 한 독도 교육물을 한글학교에 공급하는 역할은 총영사관이 맡아야 할 임무다.

참고로 일본총영사관은 조씨에게 보낸 항의서한에 외무성이 제작한 '다케시마가 일본 땅인 이유 10가지' 책자를 동봉했다. "당신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역사를 가르쳐 주겠다"는 뜻이다.

유학생들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독도 장학생' 선발이다. 기존에 지급해오던 장학금을 미국내 숨겨진 독도 사료를 발굴하는 학생들에게 지급하면 어떨까 싶다.

마지막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커튼 뒤의 로비다. 총영사관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도 함께 나서야 한다.

일본총영사관에서 항의서한을 받았던 조씨의 대처는 영리했다. 조씨는 한인회 기자회견 참석 요구는 고사한 대신 지역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한국어로 한국사람끼리 화만 내다 그치는 방법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독도 광고 계획은 미주총연만이 할 수 있다.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이다. 한세기가 지나도록 제국주의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용한 외교는 잠자코 있는 외교가 아니다. 겉으로는 세련되고 우아하게 대처하되 수면 아래에서는 필사적으로 헤엄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도는 순식간에 '일본해'에 빠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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