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내거나 구식 결혼때 음복(飮福)이라고 해서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는 것이 곧 복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복(福)자를 풀어보면 제사상(祭祀床)의 상형문자이고 아울러 술이 가득 들어있는 술병을 상형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자에서는 술을 신에게 보이고 마시는 것이 복이 되는 것이다.
주(酒)자를 풀어보면 술병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술병 모양을 본뜬 酉자가 닭의 뜻으로 쓰인 것은 술은 닭이 우리에 들어갈 해질 무렵에 마신다는 12지(十二支)의 열째인 닭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유시는 하오 5시에서 7시 사이를 가리키는데 술을 유성(酉聖)이라고 하는 별칭도 있다.
술을 저녁 해지는 시각부터 마시라는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골프 길의 어느 식당에 들렀는데 40~50대의 중년 손님들이 부인을 동반하고 술좌석을 벌이고 열심히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눈여겨보았더니 식탁 위에는 복분자 술병이 여러 개가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흔히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기로는 복분자 술은 남자들의 정력에 좋다고 소문나 있다.
산딸기를 한자어로는 복분자(覆盆子)라고 하는데 소담스러운 산딸기가 분(盆)을 엎어 놓은 것과 같은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산딸기인 복분자로 만든 술은 복분주((覆盆酒)라고 한다.
복분주 말이 나왔으니 복분주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하겠다. 옛날에 칠십이 넘은 노인이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에 살고 있었다. 전염병이 돌아서 자식들을 모두 잃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내가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되다보니 노인은 혼자의 몸이 되었다. 이웃의 친구들이 아내를 얻어 자식을 봐야 되지 않느냐고 권했으나 칠십이 넘은 나이에 무슨 기력이 있어서 자식을 얻겠느냐고 사양을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참한 과부가 있어 사람들의 권에 못 이겨 과부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노인은 자식을 원했으나 이미 나이 때문에 남자구실을 할 수 없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소원인 아들을 얻게 해 달라고 늘 정화수를 떠놓고 산신령님께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게 되었다. 깊고 깊은 산골에 물이 맑게 흐르고 기암절벽이 우뚝우뚝 서 있는 절경의 계곡이었다. 거기에 산신 할아버지가 범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는데 그 범이 입으로 산딸기를 따고 머루를 따고 다래를 따고 오미자를 따더니 그것을 바위가 움푹 패인 곳에 넣고 납작한 돌로 뚜껑을 닫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범이 하는 말이 백일치성을 공들여서 드리면 너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너무나 꿈이 이상해서 다음날 아침 골짜기를 따라 산으로 올라갔더니 꿈에서 본 것과 같은 곳이 나타났다. 꿈에서 본대로 항아리 속 같이 바위가 패여 있었다. 부인은 다래랑 머루랑 오미자 그리고 특별히 산딸기를 많이 따서 그 열매들을 그 속에 가득 담아 넣고 납작한 돌을 찾아다 덮었다. 그런 후 매일아침 새벽에 일어나 정화수를 떠놓고 간절히 기원했다. 백일을 정성을 다하여 소원을 빌었다.
어느덧 백일이 지나갔다. 산에 올라가 돌 뚜껑을 열어 보니 열매들이 모두 삭아서 발그레한 술이 되었다. 확~하고 코로 안겨오는 술 향기는 정신을 번쩍들게 만들었다. 그것을 조심해서 퍼 담아 가지고 집에 와서 베 헝겊에 바짝 짜서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을 그 술을 마시자마자 눈빛이 빛나고 얼굴엔 화기가 돌았다. 아침저녁으로 마셨는데 사흘째 되는 날엔 어찌나 오줌발이 센지 오줌을 누다가 오줌동이 요강을 엎어 버렸다. 그날부터 정력이 왕성해지고 남자의 구실을 제대로 하게 되니 아내의 즐거움 또한 밤새는 줄 몰랐다. 그로 인하여 그들 사이에는 열 달 후에 떡 두꺼비 같은 아들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술의 이름을 오줌발로 오줌동이를 엎었다고 하여 산딸기 열매로 빚은 술은 복분주(覆盆酒)라고 일컫게 되었다.
시중에 나오는 복분자 광고를 보면 유명 탤런트가 오줌을 누는데 양변기가 깨어지고 전봇대 밑에서 소변을 보니 전봇대가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위의 옛날이야기에서 기인한 듯하다. 이렇듯 술은 사내의 씨의 구실을 한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