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의 맛세상-18] 램프…봄에 나오는 ‘만능 야채’
살짝 절이면 맛 훌륭…삼겹살과 잘 어울려
미국 미식가들의 식단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램프는 ‘wild leek’‘spring onion’ 혹은 ‘ramson’이라고도 불린다. 그 유래는 아팔래치안에서 시작됐다. 아팔래치안 산간의 주민들은 질병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고 믿는 램프가 나는 봄이면 축제를 열어왔다.
램프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시기는 조디악(Zodiac) 달력으로 에이리스(Aries, 양자리)의 달이다. 에이리스는 아랍어로 램(Ram) 즉 숫양이란 뜻이어서 ‘ram’‘son’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에이리스는 원래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다. 뉴욕의 그린마켓에선 5월 중순까지 구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리치우드로 매년 4월이면 ‘램슨 축제(Feast of Ramson)’까지 연다. 뿌리 부분은 우리가 사용하는 파처럼 생겼고, 몸통에선 약간 자줏빛의 버건디(burgundy)색을 띠고 있다. 파와 달리 넓게 펼쳐진 잎이 백합을 연상시킨다.
램프가 나오기 시작하면 많은 요리사들은 ‘어떻게 더 맛있게 할까’를 연구한다. 맛도 뛰어날 뿐더러 워낙 짧은 기간에만 나오기 때문이다.
맛 또한 양파, 파와는 달리 훨씬 강하면서도 숲(forest)의 맛까지 포함돼 있다. 램프는 양파과가 아니라 백합(lily)과로 분류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예전에는 몇주만 나왔지만 지금은 농장도 생기고 여러군데서 재배 되고 있어서 운 좋으면 6월까지 볼 수 있다. 램프가 나오는 시기엔 메뉴를 자주 바꾸는 레스토랑도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다.
◇ 조리법=램프는 조리법도 다양한 봄의 만능 야채다. 소테, 그릴, 피클, 딥프라이 등 여러 가지 조리법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절이기(pickle)다. 일단 한번 절여놓으면 보관도 오래 할 수 있지만 맛 또한 훌륭하다. 질감(texture)도 아싹해지고 마치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락교’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램프 피클과 잘 어울리는 다른 재료도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마치 마늘이 웬만한 재료랑 다 잘 어울리는 것과 같다. 그 중 개인적으론 바싹하게 잘 구운 두꺼운 돼지 삼겹살과 즐기는 걸 좋아한다. 이 시큼 달콤 아삭한 램프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말랑한 삼겹살과의 조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신맛이 느끼한 걸 없애주므로 웬만한 튀김이나 팬프라이 또는 약간의 잡 냄새 나는 것들과도 잘 어울린다. 중앙 아팔래치안 지역이나 레스토랑에선 양고기, 돼지류 즉 베이컨이나 프로시토(prosciutto)와도 자주 사용한다.
요즘 사람들이 램프를 많이 찾기 때문에 더욱 더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까운 그린마켓이나 구어메이 마켓에 가면 아직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른해지는 봄의 입맛을 돋구어줄 수 있는 훌륭한 재료라고 본다. 이번 주말엔 기회가 된다면 램프를 식탁에 올려 신선한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떨까.
◇ 램프 피클 조리법=가장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레서피를 소개한다. 준비물: 식초 1, 물 1, 설탕 1/2∼1, 소금 약간.
1. 깨끗이 씻은 램프 뿌리와 잎을 딴다. 2. 펄펄 끓는 소금물에 한번 데친다. 속은 약간 덜 익게 하는 것이 촉감이 좋다. 3. 물, 소금, 식초, 설탕을 넣고 한번 끓인 뒤 맛을 내고자 하는 양념을 넣고 식힌다. 미국인들은 통후추, 콜리안더 시드, 베이 리프, 머스터드 시드 등을 주로 사용한다. 대신 통째로 넣어야 한다. 4. 데친 램프를 넣고 재워놓는다.
시큼 달콤한 핑크색 램프 피클이 탄생할 것이다. 다듬어낸 잎은 깨끗이 씻어 김치처럼 혹은 매운 무침을 해도 잘 어울린다.
☞ 김주언씨는 요리학교 CIA 졸업 후 노부와 크리스털 크루즈, 불레이, 뉴욕의 톱 프랑스 레스토랑 ‘퍼세(Per Se)’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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