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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일적 수업' 아닌 '능력에 맞춘 교육' 매력

Los Angeles

2010.05.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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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와 지아 자매는 9학년과 8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들 자매의 하루 일과는 그러나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씻고, 옷 갈아입고,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식사를 마치고 급히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방으로 향한다. 컴퓨터를 켜고 그날 하루 일과를 체크하는 것으로 학교에 등교하는 절차를 대신한다.

그렇다. 이들은 한인가정에서도 이젠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홈스쿨 학생들이다.

홈스쿨(homeschool). 말 그대로 집이 학교라는 의미다. 언뜻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수십 수백마일 떨어진 학교에 등교하지 못해 집에서 자습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지만 실제 홈스쿨은 도심지 내부 특히 학군 좋다고 소문난 곳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기꺼이 학교에 등록하는 대신 선택하는 교육제도다.

연방통계에 따르면 홈스쿨 학생 수는 2007년 현재 150만명에 달한다. 2003년에 비해 36%에 증가한 수치다. 전체 초.중.고교생의 3% 즉 100명 중 3명은 홈스쿨 학생들이다.

이처럼 적지 않은 가정에서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가정이 홈스쿨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방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종교적 도덕적'이유가 가장 크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적지 않았다. 그 외 시간과 경제적 이유 등 90년대까지만 해도 보수 기독교 집단의 전용물처럼 치부돼왔던 홈스쿨은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최근에는 전통적 학교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홈스쿨을 선택하는 한인가정은 '융통성있는 교육속도'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수아와 지아 자매의 홈스쿨 선택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홈스쿨링 해보니…
비효율적 시간 낭비 없이 학습
스케줄도 자유롭고 취미생활 여유롭게 즐겨
홈스쿨링 자녀들을 위한 과학·음악 등 수업 증가
대인관계 문제점도 해결


어머니 장여빈씨는"또래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피어프레셔(peer pressure)로 인해 불필요하게 에너지 시간 등을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균일되게 제공되는 클래스 선택의 제한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홈스쿨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사실 수아.지아 자매는 킨더가든 과정부터 수 년간 홈스쿨을 해왔기 때문에 2년 전 다시 학교에서 나와 홈스쿨로 되돌아오는데 큰 반발은 없었다. 오히려 3년간 경험한 전통학교 시스템에서 비효율적인 시간낭비가 많다는 이유로 당사자들이 홈스쿨로 다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얼마든지 학습 스케줄이 자유롭고 양궁이나 장구 기타 드럼 등 취미생활을 즐길만한 시간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킨더가든 과정을 홈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이미(5)의 어머니 신시아 씨는 신문에서 처음 홈스쿨 제도에 대해 들었을때만해도 그저 그렇게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쳤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점차 '진짜 해볼까'하는 생각이 굳어지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아이가 3세에 접어들면서 인근 프리스쿨을 찾아다녀봤지만 그 어느곳도 자신의 마음에 흡족할만한 커리큘럼도 확신한 교육목적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프리스쿨에 보내는 대신 자신이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프리스쿨에서 배울 정도의 학습내용을 전달하려고 마음먹은 것이 신씨의 홈스쿨링 첫걸음을 떼는 계기가 됐다.

2년 정도를 그렇게 보내다 다섯살 생일을 앞두고 이제는 킨더가튼에 보낼 때가 됐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초등학교 공교육 시스템이 과연 아이에게 얼마나 유익할까 하는 의문에 도달했고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밑거름 삼아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심했다.

6개월 이상 홈스쿨링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으는데 전념했다. 과연 홈스쿨링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학교 교사자격증도 없는 자신이 아이에게 교사노릇을 할 수 있을 지의 가능성도 스스로 검토하고 또 검토했다.

그러나 홈스쿨링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홈스쿨링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고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신감이 더해졌다.

1년 전 주정부 차터스쿨 과정으로 홈스쿨링 등록을 마치고 킨더가튼 과정을 시작한 신시아씨는 그동안 성과에 대해 '매우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홈스쿨이라고 해서 매일 엄마와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오산. 신씨에 따르면 홈스쿨링 가정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홈스쿨링 자녀들을 위한 무수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 및 미술학습반, 셰익스피어, 아이스케이팅, 외국어, 암반오르기, 음악 등 소그룹으로 운영되는 학습 클래스가 하루가 멀다하게 열리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1~2개 클라스만 선택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 못지않게 다양하면서도 수준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기관에 소속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 사회성 결여를 염려할 수도 있겠지만 각 행정지역별로 적어도 1주에 한 번은 공원 등에서 모여 아이들끼리 어울리고, 학부모들간에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눌 수도 있어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지요”

신시나씨는 특히 학교는 같은 학년 및 연령의 학생들끼리 어울리게 되지만 홈스쿨 학생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학생들과도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에 진출해서도 대인관계에 훨씬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이미는 현재 킨더가튼이지만 프리스쿨 과정부터 신씨가 꾸준히 지도한 결과 3학년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영어나 수학 등 일부 과목 등에서는 1학년 과정은 물론 그 이상의 학년과정까지 넘나드는 자유로운 학습내용을 제공하고 있으며 게이브리얼도 매우 즐겁게 ‘엄마와의 공부’를 즐기고 있다.

“점차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에게는 더 큰 도전이 되겠지요. 학교에 가고 싶다고도 할 것 같고. 그러나 홈스쿨링 선배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싶어하는 이유는 교실에서 여러아이들과 공부하려는 것 보다는 버스를 탄다거나, 점심시간에 함께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고 하더군요. 아이와 잘 얘기해서 타협점을 찾을 생각입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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