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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화폐의 중립성(?)

New York

2010.05.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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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호/HSC 대표
"중앙은행이 돈을 프린팅해서 시장에 공급해도 경제성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오직 물가상승만 야기한다”라는 믿음은 고전학파(Classical Economics)의 주장이다.

즉 화폐공급량을 늘리면 실업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일으킨다는 고전학파의 ‘돈의 공급’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흔히, 화폐의 중립성(The neutral Money assumption)이라고 불리는 고전학파의 신념은 오랫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미국 주류 경제학자들의 믿음인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계의 거두였던 시카고학파의 밀턴 프리드만도 “정부가 돈을 찍어 화폐의 공급을 늘리면, 급속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다”고 확신을 할 정도니 케인즈의 주장이 먹혀 들어갔을 리가 없었던 것 같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1936년 ‘화폐, 이자율, 고용에 관한 일반론’에서 화폐의 기능을 강조했다. 개인들이 돈을 보유하는 동기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보유하기보다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견해다.

즉 ‘돈이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하지 않고 돈의 공급이 고용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초 미국 연방은행이 ‘미국국채를 매입한다’는 월스트리트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연방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달러를 프린팅해서 국채를 사들인다는 의미다. 즉 돈을 찍어낸다는 의미고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것이다. 그 결과 시중에는 화폐의 공급이 늘어난다.

지금 만약, 고전학파의 견해를 믿는 사람들은 이 돈의 증가는 궁극적으로 물가상승만 야기 시킨다고 미국정부를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돈의 증가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 있는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고 그 결과 고용을 늘린다면, 화폐의 공급이 침체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는 기능을 했다고 믿게 된다.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보자. 지금 갑자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로 1929년 대공황에 못지 않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는 실물부문에서 유휴 생산설비가 증가했으며, 따라서 실업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경기침체로 소비자가 소비를 줄였기 때문에 기업이 설비를 충분히 가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프린팅한 화폐가 자본주의 체제 내로 유입되면 기업들은 다시 생산을 시작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새로운 이익 창출기회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고용이 증가한다. 그러면 이 돈의 공급이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긍정적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유휴설비가 없고 고용이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경제상태라면, 정부가 프린팅해서 공급한 돈은 기업들의 생산을 자극하지 않고 물가만을 자극할 뿐이다. 즉 고전학파의 견해대로 물가만 올리지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케인즈는 1930년 이미 ‘화폐론’을 통해 화폐 공급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록 케인즈는 영국인이었지만, 그의 이론은 1929년 대공황을 겪은 미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의 이론인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대공황의 위기를 넘기고 미국을 번영의 나라로 이끈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애덤 스미스 이후 ‘자유방임 자본주의’가 ‘자유시장 경제체제(Free market economy)’ 사상을 전파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케인즈는 정부의 시장 간섭을 주장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늙어 죽기에 시장이 스스로 자연치유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얘기다.

자유방임 자본주의 사상 즉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자리잡은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정부의 시장간섭을 반대한다. 특히2차대전 후 냉전시대, 자본주의 종주국이었던 미국은 반공산주의 진영에 앞장 선 나라였으며 자유진영의 선봉장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케인즈의 이론이 뿌리 내릴 수 없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케인즈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지만, 자본주의가 피할 수 없는 경기침체와 경기호황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간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경제학자였다.

대공황에 못지않은 금융위기를 겪은 지금, 미국과 유럽은 80년 전 케인즈 주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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