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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열의 부동산 스토리] 그리스의 위기

Los Angeles

2010.05.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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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열/빅셀 파트너스
오래된 미국 영화를 보면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마주 달려오다가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게되는 치킨 게임이라는 것이 가끔 나온다. 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그리는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이 게임은 의례 남자 주인공이 상대방 패거리의 두목과 거리의 패권을 다투는 장면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다.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월스트리트라는 거리의 패권을 차지 하기 위해서 정부와 금융계가 벌이는 치킨 게임도 꽤나 볼 만 했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살려 놓고 봐야한다는 논리로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부 장관이 이차 대전후 최대 규모의 금융권 구제 정책을 만들어 돈을 쏟아 부을 때만해도 금융권이 이기는 듯 하더니 이제 골드만 삭스에 대한 고발로 시작된 금융 개혁 정책을 놓고서는 정부가 힘을 더 받는 듯 하다.

과연 누가 마지막에 핸들을 꺾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에 유럽에서 벌어진 치킨 게임은 그리스 대 유럽연합의 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방만한 경제 운용과 부패로 인한 세수의 격감으로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그리스의 정부와 국민들은 재정 축소에 대해 격렬히 저항했고 독일 프랑스등 유럽의 경제 강국들은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버텨왔는데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다우지수가 일주일새 1000포인트 가까이 특히 지난 목요일에는 잠깐동안이나마 하루에 1000포인트가 하락하는 공황 상태가 벌어지자 결국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미국이 종합 구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리스의 승리로 끝난 것 같다.

물론 그리스 뿐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등 연쇄적인 국가 부도 사태의 우려를 없애고 세계 경제가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구제 정책으로 경제적인 원칙을 내세우기란 더욱 어렵게 되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즉 앞으로 어느 나라든지 경제 위기가 심화돼서 파산위기에 이르면 결국 구제를 받게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것이다.

끝까지 가보자는 치킨 게임은 부동산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에퀴티를 다 뽑아쓰고서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안내면서도 그걸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은행을 상대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고 아파트 관리라고는 생전 하지 않으면서도 렌트만 꼬박꼬박 챙기는 건물주도 법을 상대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부실 대출이 주렁주렁한데도 은행은 자산의 처분으로 인한 손실의 실현을 막기위해 융자 조건 조정등을 하면서 그리고 정부는 페니메와 프레디메의 부실을 못본척 하면서 시간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들도 셀러는 셀러대로 바이어는 바이어대로 누가 먼저 급해지는지 보자는 양으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보여진다.

치킨 게임의 묘미는 끝에 가서는 꼭 누군가가 핸들을 먼저 꺾어서 충돌은 피한다는 데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 많은 치킨 게임들에서 영화에서 처럼 똑같은 깡패지만 그래도 좀 덜 나쁜 주인공이 이기듯 세상에 조금은 덜 해를 끼칠 편들이 이겨 주었으면 좋겠다.

▷문의:(310)980-6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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