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사람] 미 데뷔앨범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원더걸스
트윈세대(8~14세) 타겟…백인 소녀팬들 잡는다
인형같고 요정같기만 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보는 견해는 양분된다. ‘잘하고 있다’, ‘대단하다’는 의견과 함께, ‘불쌍하다’, ‘시간낭비다’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분명 미국 시장에서 조금씩이나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린 쾌거를 올린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보아도, 세븐도, 비도 아직 해내지 못한 한국 가수의 미국 진출 성공 모델을, 이 인형같은 다섯 소녀 ‘원더걸스’가 최초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공연장마다 10대팬들 몰려와 환호…6월부터 전미투어
각지에서 보여준 한인들의 관심과 성원 "감사드려요"
지난 15일은 '원더걸스'에게 어마어마한 '빅 데이'였다. 팝계 최고의 아이돌 '조나스 브라더스'와 함께 그로브몰에서 깜짝 공연을 가졌고 곧장 다운타운 스테이플스 센터 인근으로 넘어 와 키스FM(KIIS-FM)이 주최하는 초대형 음악축제 '왕고 탱고'(Wango Tango)에도 출연했다. 이어 '원더걸스'는 자신들의 미국 데뷔 앨범 '투 디퍼런트 티어즈'(2 Different Tears.이하 2DT)를 발표하는 런칭 이벤트를 펼쳤다.
〈본지 5월 17일자 A-2면>
일정이 끝난 직후 만난 요정들은 지친 기색보다는 적잖이 흥분돼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정신 없었어요. 원래 긴장을 많이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진짜 떨리더라고요. 그래도 무대 올라가니까 너무 즐거웠고 특히 저희 의상이나 메이크업 등 콘셉트가 바뀌었는데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노래도 따라해 주셔서 정말 신기하고 기뻤어요."
이번에 소개된 '원더걸스'의 미 데뷔 앨범은 신곡 '2DT'와 그 간의 히트곡 '노바디' '텔 미' '소 핫' 등의 영어 버전이 실린 정식 앨범이다. 지난 해 '노바디' 싱글 활동이 전초전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원더걸스'의 미국시장 공략 본 게임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앨범이기도 하다. 선예 유빈 소희 등의 멤버들이 타이틀 곡을 소개했다.
"80년대를 주제로 한 레트로 풍의 신나는 댄스 음악이에요. '노바디'보다 훨씬 펑키한 느낌에 역시나 중독성 강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죠. 중간 댄스 브레이크를 비롯해 재미난 요소들이 참 많은 곡이에요."
영어도 꽤 능숙해졌다. 한정된 어휘이긴 하지만 멤버 모두가 기본적인 대화나 인터뷰는 자연스러운 영어로 소화해냈다.
앨범 런칭 이벤트에 참가한 팬들은 10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 중엔 아시안 아메리칸이 절반 백인을 비롯한 타인종들이 나머지 절반 가량을 이뤘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 온 열 살 남짓 된 백인 소녀들도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장난기 가득한 백인 소년도 있었다. 아빠 무등을 타고 온 예닐곱살 아시아계 꼬마 아이들도 무더기로 '원더걸스!'를 외치던 라틴계 학생들도 있었다.
"10대 어린 학생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 오프닝 무대에 서면서 '노바디'가 많이 알려졌기 때문도 있고 어린 소녀들이 저희의 의상이나 콘셉트를 새롭게 느끼고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팀의 리드보컬인 예은의 분석처럼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은 철저하게 '트윈 세대'를 타겟으로 한다. '트윈 세대'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끼어 있다(between)'는 뜻으로 8~14세의 아이들을 말한다. 인형이나 장난감 대신 패션 화장품 연애 등의 관심을 보이며 '디즈니 채널'과 '해나 몬태나' '하이 스쿨 뮤지컬' 등에 열광하는 아이들이다.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의 오프닝 공연 로우틴(Low-Teen)세대를 위한 패션 브랜드 '저스티스'의 매장 등에서 '원더걸스' CD를 판매한 전략도 모두 '트윈 세대'를 잡기 위한 영리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원더걸스의 미국 행보는 한국팬들에겐 오히려 '분노'의 대상이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걸그룹이 미국에서 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며 고생 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다. 멤버들도 최근 선미가 탈퇴한데 이어 전 영어 회화 강사가 '원더걸스는 불법 개조한 사무실에서 의료 보험조차 없이 무리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폭로'를 해 맘 고생을 했다.
소속사 측에선 선미의 탈퇴는 학업 때문이며 전 회화 강사의 주장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로 멤버들은 즐겁고 긍정적으로 미국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리더 선예는 "힘든 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어려운 일을 함께 이겨나가며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결과가 어떻든 이 과정만으로도 저희는 모든게 신기하고 감사해요. 미국에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 아닐까요?"
'원더걸스'는 오는 6월 4일부터 전미 투어를 시작한다. '하우스 오브 블루스'등 작은 클럽을 위주로 하는 공연이지만 콘서트를 통해서 팬들을 만나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인 팝 시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활동이다. 더욱이 데뷔 앨범을 발표한 직후 여는 단독 공연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원더걸스' 요정들은 한인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다. 자신들의 미국 활동 인기 기반은 역시 한인들이었단 믿음이 있다.
"미국에 계신 한인분들이 안 계셨다면 솔직히 여기까지도 못 왔을 것 같아요. 한인분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저희 노래를 많이 소개해주시고 응원군이 되어주셔서 빌보드 차트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사랑 보내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더걸스 전미 투어 일정
'원더걸스'의 첫 단독 전미투어 '원더 월드 투어'(Wonder World Tour)는 미국 최대의 공연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주최로 열린다.
6월 4일 워싱턴 DC 5일 애틀란타 6일 뉴욕 8일 시카고 9일 휴스턴 10일 댈라스 11일 LA 12일 애너하임 13일 샌프란시스코 29일 밴쿠버에서 투어가 이어진다. 2PM이 스페셜 게스트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예정.
이어 7월에는 2일 샌디에이고 3일 라스베이거스 6일 잉글우드 7일 시카고8일 세인트루이스 9일 디트로이트 10일 토론토 18일 보스턴에서 공연을 갖는다. 7월 공연에는 2AM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원더걸스'의 투어 티켓은 인터넷 티켓매스터(www.ticketmaster.com)나 중앙티켓센터(213-368-2511)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글=이경민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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