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면서 흥미로운 것이 '유대인'에 대한 한인들의 고정관념이다. '유대인 변호사'라는 표현도 그렇다. 일본인 회계사도 독일인 의사도 어울리지 않는다. 유독 유대인 변호사는 일반 명사처럼 쓰인다. 실제 소송 천국 미국에 살면서 '유대인 변호사를 고용했다'는 말은 큰 의미가 있다. '한 번 끝까지 가서 이겨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유대인은 누구일까. 왜 유대인 변호사는 강하다고 느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LA한인타운을 조금 벗어나기로 했다. 윌셔 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5마일 정도 가다보면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수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지키고 있는 건물이다. FBI나 CIA의 LA지부쯤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주인은 LA지역에서 가장 큰 유대인 단체인 '유대인 연합'(The Jewish Federation)이다. 이 건물에는 유대인 연합과 함께 수 십개의 유대인 관련 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방문객은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유대인 연합 관계자에 다짜고짜 물었다. "유대인은 누구입니까? 유대교를 믿는 사람인가요."
하지만 미국의 많은 유대인들은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다. "민족인가요?" 에디오피아에는 흑인 유대인 민족이 살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박해를 당하고 있다며 보잉747을 띄워 구해온 적이 있다.
유대인 연합 관계자가 웃었다. "유대인 속담이 있어요. 유대인 두 명에게 물어보면 세 가지 의견이 나옵니다."
며칠 후. 그는 남겨 둔 명함을 보고 전화를 했다.
"유대인에 대해 알고 싶습니까? 그럼 이스라엘에 한 번 같이 가시죠."
그렇게 1주일간 이스라엘을 방문하게 됐다. 예루살렘의 첫 인상은 무척 무거웠다. 금요일 해가 지면서 유대인들의 '안식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높은 교육열은 사실 안식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냥 쉬는 날이 아니다. 이날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는 수 백명이 모여들어 기도를 한다. 그들의 손에는 율법 '토라'가 들려있다. 몸을 앞뒤로 흔들며 통째 암송한다. 검은 옷을 입은 전통 유대교인들과 총을 뒤로 맨 군인들이 함께 섞여 토라를 읽으며 공부한다.
유대인에게 교육은 종교적인 의무라고 한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교육을 책임진다.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꿀을 바른 글자모양 과자를 먹인다. 배움에 대한 첫 기억을 좋게 남기기 위해서다.
예루살렘은 콘텐트의 보고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지이자 이슬람 성지다. 성지를 되찾기 위해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고 지금도 분쟁지다. 갈등은 이야기를 낳는다. 유대인들은 어려서 부터 말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익숙해져 있다. 그들의 조상에 대한 수 많은 이야기들이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대로 전해져 왔다. 유대인이 할리우드를 휘어잡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유대인의 역사는 사실상 박해의 역사다. 히틀러가 학살을 저지르기 전에 그들은 유럽 각지에서 이리저리 쫓겨 다녔다. 그들은 '지식'이 가장 옮기기 쉬운 자산임을 깨우쳤다고 한다.
유대인 또는 '유대인 변호사'를 명확히 이해하기에 1주일간의 경험은 너무 짧다. 지식도 얇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상인 샤일록으로만 유대인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러한 오해와 편견은 버려야 한다. 한인들도 이민자로 살면서 유대인의 '강점'은 배울 필요가 있다.